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에게 특혜성 지원을 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재벌 총수 중 처음으로 특검의 영장청구 대상이 됐다.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이 부회장이 삼성 창사 이래 총수 구속 1호로 기록될지는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약 430억원의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 소유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213억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38)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16억2800만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204억원)까지 대가성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 의혹이 있는 지원금을 모두 뇌물로 인식한 셈이다. 또 이 같은 지원에 이 부회장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430억원에는 일반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가 모두 포함된다. 특검팀이 뇌물죄를 적용한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금전적·실질적 이해관계를 함께한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특검팀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지금까지 조사로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익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게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말했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일부 지원금을 마련했다고 보고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이 최씨 일가 승마 지원 등을 위해 직접 지급한 약 90억원이 이에 해당된다.
이 부회장에게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 거짓 증언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당시 최씨 일가 승마 지원 등을 결정할 당시 ‘최씨의 존재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특검팀은 장씨가 임의제출한 최씨 소유 태블릿PC 등을 통해 삼성이 두 계열사 합병 전후로 최씨 측과 접촉해 지원금 제공을 논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거론하며 이 부회장의 불구속 기소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은 “특검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원에서 잘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글=노용택 나성원 기자 nyt@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결국 칼 휘두른 특검… 위기의 삼성
입력 2017-01-16 17:41 수정 2017-01-16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