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때 다르다?… 文 ‘사드 입장’ 오락가락

입력 2017-01-17 05:09
동북아·한반도 정세점검 및 대책회의 참석차 귀국한 김장수 주중 대사(왼쪽 두 번째)가 16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안호영 주미 대사, 박노벽 주러시아 대사, 조태열 주유엔 대사(왼쪽부터)가 홍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미·중·일·러·유엔 주재 대사 등을 소집한 자리에서 “주변국에 우리가 외교안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북핵 등 필요한 분야의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회의 후 한·미 양국 간 고위급 정책협의를 추진하고, 사드 배치는 국가안보 사안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주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국내 배치 문제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이 흔들리고 있다. 재검토·재협상 등 강경론에서 “재논의는 어렵다”는 현실론으로, 다시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재협상 사이를 오간다. 문 전 대표 측은 “언론과 반대 진영의 왜곡이며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정치적 변곡점마다 메시지 세부 내용이 미세하게 바뀌면서 논란과 해명이 이어지고 있다. 발언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박근혜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졸속·일방적이었으므로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지난해 7월 13일 페이스북에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한다”며 “국익의 관점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고, 정부가 사드 문제를 잘못 처리해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검토도 주장했다. ‘배치 반대’나 ‘전면 백지화’ 요구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배치 반대에 가까운 강경한 주장이었다. 당시는 사드 배치 찬성·반대 당론 채택을 놓고 ‘김종인 지도부’와 당내 강경파 의원들 간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과의 합의를 당장 번복하기 어려우니 사드 배치를 잠정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탄핵 정국에 접어든 11월에는 사드 배치 결정을 아예 차기 정부로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탄핵 위기를 맞은 박근혜정부는 사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차기 정부에서 미국과 재협상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올해 초부터는 ‘현실적 한계’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드 배치 강행이나 결정 취소 등에 대해 어떤 방침을 갖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16일 배포한 대담집 자료에서도 “이미 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 간 합의를 했기 때문에 다시 논의한다는 것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담집에서 “북핵 문제로 불안해하는 국민의 심리적 불안을 덜어줄 수 있고, 북한 압박 효과가 있다면 그런 정도”라며 사드 배치의 일부 효용성도 인정했다.

이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수권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바른정당 등 보수 진영의 ‘안보 불안론’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했다.

그러자 여권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강성 대권주자들도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문 전 대표는 지난해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자 재검토를 주장하더니 촛불 정국에선 차기 정부로 결정권을 넘기라고 말을 바꿨다가 이번엔 또다시 ‘합의를 쉽게 취소하기 어렵다’며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도 페이스북에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문 전 대표를 직격했다. 이 시장도 전날 “문재인 고문께서는 사드 관련 입장을 왜 바꾸셨느냐”고 공세를 펼쳤다.

상대 진영의 말 바꾸기 비판이 확산되자 문 전 대표는 다시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진보 성향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러 이웃국가를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간에 합의가 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반드시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필요하다면 미국과 새롭게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냐는 비판이 일었고, 문 전 대표 측은 “지난해 이미 ‘미국과의 합의를 번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며 말 바꾸기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