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와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진실 여부를 떠나 ‘정경유착’이라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비극이다. 특검이 밝힌 혐의 내용이 모두 진실에 부합된다면 삼성은 돈으로 권력을 샀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효하지만 적어도 영장이 청구된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특검이 증거 없이 무리하게 여론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검 스스로도 검증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측에 430억원 금전적 지원(뇌물)을 하고, 그 대가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토록 했다는 것이 특검 수사의 골자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렸다고 특검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최씨 측을 지원한 것일 뿐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도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진 시점은 2015년 7월이고, 최씨 지원은 그 이후에 이뤄졌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역시 합병 이후에 있었다. 특검이 대가(결과)로 본 합병이 뇌물이라고 규정한 최씨 지원(원인)보다 먼저 이뤄진 셈인데 상식과는 배치된다는 게 이 부회장 측의 항변이다. 일부 사안은 법리 논쟁이 다분하다. 구체적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만 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특검은 유리한 진술을 채택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이 부회장 측은 주장했다.
특검이 제시한 이 부회장의 혐의 내용이 진실이라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마땅하다. 재벌 총수라고 해서 법 앞에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여론에 의한 법적 단죄도 안 된다. 특히 이규철 특검보가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의보다 법치를 내세웠어야 했다. 형사사건의 구속 여부는 정의나 불의의 관점이 아니라 오로지 죄가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야 한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혐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진술과 주장이 서로 다른 경우 더 그러해야 한다. 법원은 재벌 총수 구속이라는 광장의 외침이 부담스럽겠지만 오로지 법과 원칙, 양심, 증거에 의해서만 판단해야 한다. 사법부가 흔들리면 국가의 양심이 흔들린다.
[사설] 이재용 구속 여부 오로지 법과 증거에 準據해야
입력 2017-01-16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