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에서 적대관계였던 20대 청년 두 명이 70대가 돼서 만났다. 영국 BBC방송은 해군 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존 케리(73)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20대 때 매복했던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를 찾았다가 베트콩(남베트남 공산주의자) 출신 노인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케리는 베트콩 출신 보 반 땀(70)을 만나 악수하면서 “우리 모두 살아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새우잡이 어선을 운영하는 땀은 케리가 베트남전에서 사살한 자신의 동료와 미 순시선을 발견했을 때 벌인 작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땀은 “24세 때 죽은 부대원 바 딴은 훌륭한 군인이었다”고 회상했다. 케리가 당시 숨진 군인의 나이와 이름을 안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04년 대권에 도전했을 당시 베트남전에서 10대를 사살했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케리는 참전 공로로 최고 영예의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1969년 귀국한 뒤 반전(反戰) 운동에 앞장섰다. 케리는 이날 트위터에 “적대관계이던 양국의 참전용사가 지금은 친구가 돼 관계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다”는 글을 남겼다. 케리는 국무장관 재임 기간 미·베트남 관계 증진에 유독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오는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퇴임을 앞두고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베트남전 참전 케리, 교전했던 베트콩과 악수
입력 2017-01-16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