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살처분 보상금으로만 2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쳐 확산된 재난을 ‘혈세’로 메우는 땜질식 처방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AI의 살처분 보상금으로 788개 농가에 총 256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16일 밝혔다. 예비비를 편성해 확보한 국비 2050억원에 지방비 512억원을 합쳐 나온 액수다. 보상금 평가 이전이라도 추정액의 50%를 먼저 지급할 방침이다.
산술적으로 농가당 3억2500만원꼴로 보상금이 돌아가지만 정작 축산농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가금류 농가 대부분은 축산기업의 위탁을 받아 사육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보상금의 80% 정도는 업체들에 돌아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또 농민들이 축산정책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은 돈의 상환기간을 2년 연장하고, 이자 감면을 추진키로 했다. AI 발생 농가 소재 시·군의 전체 축산정책자금은 2016년 말 기준 2577억원이다. 이 중 상환기간 연장 대상에 해당하는 돈의 원금은 773억원이고 이자 감면액은 73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생계안정자금도 지원된다. 정부는 가금류 입식이 제한된 살처분 농가에 농가 평균 가계비(월 257만원)의 3∼6개월분을 지원키로 했다. 이밖에 지자체 통제초소 운영·소독 등에 소요되는 방역비용의 절반인 84억원도 국비로 지급할 예정이다.
계란 수급난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수입산 계란에 대한 항공운송비를 추가 지원한다. 오는 25일 이전까지 통관이 완료된 수입산 계란에 지원하는 항공운송비 상한선을 t당 기존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미 미국산 계란을 국내로 들여온 업체에도 소급 적용된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수입 계란 운송비를 t당 200만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민간업체들이 대행사들을 통해 수입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늘어 300만원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항공운송비 지원 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AI 살처분 보상금만 2600억… 또 혈세 축내
입력 2017-01-16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