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기록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생 참여형 수업과 과정 중심 수행평가를 확대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였고, 이를 위한 핵심 기반이 바로 학생부다. 학교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교육과정은 학교 현장의 학습 방식에 반영되고 평가를 통해 검증된다. 현 교육과정이 목표대로 성과를 거두려면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학생부의 신뢰도 및 공정성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학생부 권한 관리 제도를 개선하라는 요구 역시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교육부는 지난해 7월부터 전담팀을 꾸려 문제가 있었던 학생부 실태를 점검하고 전문가 및 현장 의견을 수렴해 학생부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과거의 학생부 개선 작업은 문제가 드러난 현안에 대해서만 이뤄지곤 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조치가 이뤄진 건 그만큼 누적된 문제가 많았다는 뜻인 만큼 다행스러운 일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에는 학생부 작성 및 관리 지침(훈령) 개정안, 학적 용어 정비 방안, 학생부 서술형 정성정보 기록에 대한 항목별 표준 가이드라인, 기재 예시 개발 및 현장 적용 방안, 학생부 권한 부여 및 인증 절차와 모니터링 강화 방안, 학생부 내용 수정 이력 관리 및 기재의 책무성 제고 방안 등 최근 학생부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문제점이 망라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담았다. 학생부 서술형 정성정보 기록에 대한 구체적인 표준가이드라인은 학교 및 교사에 따라 학생부 기록의 수준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재 예시 개발 및 연수 계획 등은 현재 학생부를 기록하느라 현장 교사들이 겪고 있는 부담을 덜어주고 교사의 학생부 기록 역량을 높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학생부 권한 부여를 변경하거나 추가할 경우 교육청에 미리 보고하게 하고 마감 후 내용 수정 이력을 향후 몇 년간 보관하게 하는 등의 조치는 최근에 발생한 것과 같은 학생부 부정행위를 근절하고 예방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본다.
교육부는 현재 학생부에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학습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강화했다. 먼저 학생부가 학생의 성장과 학습 과정을 상시 관찰해 평가한 누가기록 중심의 종합기록임을 분명히 규정했다. 이를 위해 학생부 관리와 기재의 책무성을 높이도록 교장, 교감, 시·도교육청 담당자, 담임 및 (비)교과 담당자들에게 정기적인 연수를 받게 했다. 학생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대학 입학사정관 및 학부모 대상 연수도 실시키로 했다. 교과의 교육 목표, 교육 내용, 교수·학습·평가가 일관성을 갖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한다고 볼 수도 있을 만큼 기존에는 학교 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점을 교육부가 정책 전면에 꺼내들었다.
이런 방식은 학생부가 ‘대학입시에 필요한 서류’로 전락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교육과정, 교수·학습, 평가 등 교육의 각 단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에 부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철저한 현장 적용과 끊임없는 관리·개선 작업이 병해돼야 한다.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기적인 방안부터 내실 있게 적용하되 중장기적 지속성을 갖춰야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혜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기고-한혜정] 창의융합형 인재 키우려면
입력 2017-01-16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