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이끄는 강소기업] 軍 소총서 자동차 부품까지 양산 ‘전천후 기업’

입력 2017-01-17 18:23 수정 2017-01-17 18:26
부산지역 제조업체 중 매출 1위를 달리는 S&T모티브 유기준 사장(가운데)이 올해 시무식에서 임직원들과 혁신을 다짐하고 있다. S&T모티브 제공
부산 철마산 자락에 위치한 S&T모티브 부산 본사 공장 전경. S&T모티브 제공
최평규 회장
부산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울산방향으로 승용차로 10여분쯤 달리면 철마산 자락에 붉은 굴뚝이 우뚝 솟아 있다. 높이 50m의 굴뚝 외에 다른 건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 부산시민들조차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 계곡 속에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상수원보호구역인데다 방위산업체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곳이 부산지역 제조업체 가운데 매출 1위를 달리는 글로벌기업 S&T모티브㈜(대표 유기준) 부산 본사 공장이다.

S&T모티브는 S&T그룹(회장 최평규)의 주력 기업으로 2015년 기준 매출 1조2200억원, 영업이익 1240억원을 달성한 부산의 대표 기업이다. 국내는 인천, 창원, 보령, 양산 등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고 해외는 미국, 중국, 인도, 멕시코, 폴란드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자주국방 첨병으로 창업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병창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대우정밀공업을 거쳐 2006년 S&T그룹에 편입된 후 군(軍)용 소총과 자동차부품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고객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확대’ 정책을 중심으로 철저한 위기관리와 미래지향적 기술개발을 진행해온 이 회사는 다양한 글로벌 고객들을 확보하며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등 선제적 위기관리를 실천해오고 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친환경 모터, 파워트레인(엔진 및 변속기) 부품 및 소총 등의 매출 및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수출이 증가하면서 2015년에는 ‘6억불 수출의 탑’과 ‘부산수출대상’을 함께 받기도 했다.

S&T모티브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소총 ‘K시리즈’ 전량을 생산하고 있다. 순수 독자 기술로 K-14 저격용 소총을 개발하며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물게 권총, 돌격소총, 기관총, 고속유탄기관총, 저격용 소총에 이르는 소화기 분야의 풀 라인업(Full Line-up)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방위사업 분야 해외시장 개척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7년 K3 경기관총 필리핀 대규모 수출을 시작으로 동남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 국부창출과 국위선양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K2 소총을 개량한 K2C 등 신개념 소총을 개발해 최근 3년간 1억4000만 달러의 수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전방부대부터 K2C1 소총을 새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K2C1은 우리 군의 대표 개인화기인 K2 소총의 개량형으로 개머리판과 총열덮개 부분을 업그레이드한 게 특징이다.

지난해 총기부품의 완벽한 품질을 인정받아 사우디아라비아 조병창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새롭게 중동 부품시장까지 진출했다. 아울러 이집트, UAE, 파키스탄, 캄보디아, 말라위, 토고 등에서 다양한 총기 수주 의사를 보내옴에 따라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 중이다.

고부가가치 자동차부품으로 경쟁력 강화

S&T모티브는 자동차시장에서 ‘글로벌 1차 부품업체’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모터사업은 친환경차 증가에 따라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친환경 모터 수주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또한 마그나, 보그워너, 게트락 등 글로벌 1차 부품업체들에도 고부가가치 모터들을 공급하며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다.

전동식 조향장치, 시동·발전용 모터, 듀얼 클러치 변속기용 모터 등을 비롯해 구동모터 핵심부품 등을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아이오닉과 니로, K5, K7, 쏘울 전기차 등 글로벌 친환경차 확대 전략과 맞물려 빠른 매출성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워트레인 부품사업은 GM의 소형차부터 준대형차까지 6단 자동변속기용 오일펌프 신규수주를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북미, 중국 등의 신차 물량을 지속적으로 수주해왔다. 현재 부산 본사와 보령 및 중국 쿤샨공장 등에서 생산 중인 오일펌프를 비롯해 2020년 이후까지 공급물량이 확보돼 신규제품 개발과 양산이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계기판은 높은 해상도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완성차업계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독창적 기업문화와 사회공헌활동도 활발

이 회사는 독특한 기업문화 속에서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S&T그룹의 독창적인 기업문화인 ‘S&T 해안누리 국토대장정’은 도전정신의 상징이다. ‘백두대간 대장정’에 이어 소통과 화합, 상생과 가족친화사랑을 목표로 나라사랑·자연사랑·기업사랑의 실천의지를 담아 전국 해안로를 걷는 프로젝트다.

아름다운 우리 국토의 해안을 걸으며 임직원과 가족, 장년과 청년 세대 사이에 소통하고 화합하는 문화를 만든다. 그 문화가 기업의 저력이 되고 주춧돌이 되고 있다.

‘1사 1하천’ 결연을 통해 지역 환경을 살리고 향토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인 환경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장애인체육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후원해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유기준 사장은 17일 “지난해 신규수주와 임단협 타결 등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소통과 열정으로 세계 정상의 기업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평규 S&T모티브 회장 “40년간 이어온 ‘할수 있다’는 도전정신이 자산”

“창업 이후 40여년 간 이어온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 do it)’는 도전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입니다.”

S&T모티브와 S&T홀딩스, S&T중공업, S&T솔루션 등 4개 상장사와 20개 계열사로 구성된 S&T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평규 회장은 17일 국민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해도 창업 후 역사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지만 올해는 더 큰 어려움이 예고되고 있다”며 “올해는 차원이 다른 변화와 혁신을 향해 뛰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개미구멍으로 큰 둑이 무너진다’는 ‘제궤의혈(提潰蟻穴)’을 신년 사자성어로 인용하면서 “작은 업무조차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룹 내 중역부터 철저한 관심으로 관리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중역들에게 “고도의 지식뿐만 아니라 세세한 업무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모두가 지속적인 교육과 학습에 한층 더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내부는 경험만 믿고 악습을 되풀이하는 관행에 젖어 있다”고 지적하며 “급변하는 시장변화를 혁신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지적은 그룹 산하 회사들이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지향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업’을 슬로건으로 내건 S&T 그룹은 1979년 삼영기계공업사로 출발, S&T중공업과 S&T모티브 등을 중심으로 출범했다.

투명경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S&T그룹은 현장경영·정도경영·투명경영을 바탕으로 21세기 일류 글로벌 기업에 도전하고 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도전정신과 끊임없는 혁신이 요구된다”며 “올해는 더 큰 위기가 우려되지만 모든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하고 정성을 다하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