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계란 파동이 유통업체뿐 아니라 항공업체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식품업체들의 외국산 계란 운송 문의가 쏟아지면서 제품 포장과 신선도 유지 등을 놓고 항공사 간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계란 수송 전쟁에 선제타를 날린 건 대한항공이다. 지난 5일 개인사업자의 요청으로 200㎏(5000여개) 규모의 뉴질랜드산 샘플용 계란을 인천공항으로 들여왔다. 본격적인 시판보다는 정밀 검사 등을 위한 소규모 양이다. 그러나 뉴질랜드 검역 당국과 검역증명서 서식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돼 ‘검역 불합격’ 판정을 받고 전량 폐기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반격이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2일 수입 계란의 품질 확인을 위해 미국 시애틀에서 인천공항까지 174㎏(3000여개)의 소규모 샘플용 계란을 수송했다. 인천 영종도 검역본부에서 변색 여부, 미생물 검사 등 정밀 검사를 거친 뒤 오는 20일부터 시판될 전망이다. 결국 샘플용 계란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우위를 점한 셈이다.
대규모 판매용 계란 수송을 두고도 경쟁이 치열했다. 대한항공은 당초 15일 판매용 계란을 수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화물기 한 대를 더 띄우는 걸로 결론냈다. 아시아나항공보다 더 빨리 계란을 들여오기 위해서다. 결국 판매용 계란 100t(약 164만개 이상)을 실은 대한항공 화물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떠나 지난 14일 오전 8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역시 계란 100t을 실은 아시아나항공 소속 화물기는 이날 오후 11시 한국에 들어왔다.
속도는 뒤졌지만 운임 단가는 아시아나항공이 좀 더 나았다. 아시아나항공의 미국발 인천행 일반 항공화물 운임 단가는 t당 200만∼250만원선이다. 같은 조건에서 대한항공은 216만∼276만원이다. 공개된 최저운임 가격으로 보면 계란 한 개의 항공료는 대략 대한항공이 168원, 아시아나항공이 133원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계란 100t을 실은 항공기 한 대의 운임료는 대한항공이 2억7000여만원, 아시아나항공은 2억2000여만원이다. 계란은 손이 많이 가는 특수화물이라 실제 운임은 좀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추산 국내 판매가격(개당 316원)으로 따져보면 항공기 한 대당 5억2000만원어치 계란을 수송하는데, 항공 운임이 전체 금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어떻게 운송하느냐도 문제다. 운송 중 파손을 막고 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포장은 전적으로 화주의 책임이지만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항공사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운송 중 혹한기 외부 온도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란을 이중 비닐로 싸고 항공기 운항 중에는 화물칸 내 온도를 8∼13도로 맞춰 신선도를 유지했다.
향후 수송 계획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대한항공은 15일 오전 4시 LA를 출발해 16일 낮 12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과 17일 0시55분 LA를 출발해 18일 오전 9시2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으로 100t씩 계란을 추가 수송할 계획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추가 수송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오랜만에 많은 양의 계란을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적 항공사 간 경쟁이 붙은 구도”라며 “다만 정부가 신선란 항공 운송비의 50%를 지원키로 했지만 화주들은 여전히 운송료가 비싸다고 해 우리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엎치락뒤치락… 항공 ‘빅2’ 공중戰으로 번진 계란파동
입력 2017-01-1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