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육영재단 농단’ 지금의 국정농단과 판박이”

입력 2017-01-16 05:08

육영재단에서 강제 퇴직당한 이들은 1980년대 당시 최태민씨의 재단 농단과 2016년 드러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닮은꼴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당시 박근혜 이사장이 육영재단에 최태민만 안 끌어들였어도 지금 같은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순실씨는 30년 전 육영재단에서 벌였던 일을 모델로 삼아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통해 사익을 취하려 했고 국정을 주물렀다.

육영재단과 미르·K스포츠재단은 설립 과정부터 비슷하다. 육영재단은 69년 고 육영수 여사가 설립했으나 대부분의 돈은 기업에서 출연했다. 설립 당시 기업들이 낸 돈은 2억364만3000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5000만원을 냈다. 육영재단은 어린이회관과 어린이대공원을 운영하고 어깨동무·꿈나라·보물섬 등 교육·출판·문화 사업을 벌였다. 80년대에도 비록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은 사라졌어도 자체 수익사업과 기업 후원 등으로 운영됐다. 당시 직원들은 “최태민이 86년 고문격으로 등장한 이후 근화원 공사를 추진하면서 기업의 협찬을 받아내기 위해 직원들을 많이 괴롭혔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단의 주요 업무와 자금 지출까지 모두 관리했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최씨 일가는 육영재단을 통해 재산을 형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설 유치원 원장을 맡은 딸 순실씨는 어린이회관의 전시시설을 철거하고 유치원을 확장하려다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직원용 숙소였던 정수아파트는 직원들을 쫓아낸 뒤 팔렸다. 육영재단도 경영 위기를 겪었다.

최씨 부녀의 전횡을 참다못한 직원들이 반발해 문제가 불거진 것도 똑같다. 육영재단은 87년과 90년 두 차례에 걸친 분규를 겪으면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최순실씨는 2015년과 지난해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 상당을 강제 모금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가 대기업들에서 돈을 끌어모은 배경에도 박 대통령이 있었다.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 간부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재단 출연을 거래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최씨는 정부의 주요 인사와 주요 정책 결정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30년 전 부친이 육영재단을 사유화한 것처럼 딸은 국정을 사유화했다.

육영재단을 둘러싼 갈등과 의혹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사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동생 근령씨와 지만씨가 갈등을 빚었다. 2007년에는 폭력사태까지 일어났다. 이 과정에 개입했던 박 대통령의 오촌조카 박용철씨는 2011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씨의 사촌형 박용수씨가 박씨를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결론냈지만 박씨가 육영재단 관련 소송의 주요 증인으로 출석하려던 상황이어서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육영재단을 포함한 최씨 일가의 전반적인 재산 형성 과정을 다시 조사하고 있다.

김판 최예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