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 ‘별들의 전쟁’에 총출동한 특급 스타들이 한겨울 불어 닥친 매서운 한파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여자농구의 미래를 이끌 신인들은 코트 위에서 숨겨왔던 끼를 맘껏 발산하며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1400여명의 농구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올스타전의 열기를 더했다.
15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여자농구선수들의 최대 축제인 2016-2017 WKBL 올스타전이 펼쳐졌다.
핑크스타(우리은행 KDB생명 KEB하나은행)와 블루스타(삼성생명 신한은행 KB스타즈)로 나뉘어 펼쳐진 이번 올스타전은 다채로운 볼거리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올스타 선수들도 이날만큼은 치열한 코트 위 승부를 떠나 축제 현장에 몸을 맡겼다.
생애 아홉 번째 올스타전을 맞은 김단비(신한은행)는 “팬 투표 1위로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올스타뿐 아니라 정규리그에서도 열심히 해서 기쁨을 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가 ‘몸치’라는 김단비는 올스타 경기에 앞서 앙증맞은 춤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령탑들은 평소 지켜왔던 엄숙함을 내려놨다. 6개 구단 감독들은 가수 박현빈의 노래 ‘샤방샤방’이 나오자 쭈뼛쭈뼛 몸을 흔들면서 축제 분위기에 함께 젖어들었다. 3쿼터가 끝난 뒤엔 감독들이 인간 볼링공으로 변신해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김지영(KEB하나은행)과 박지수(KB스타즈)는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두 선수는 각각 ‘도깨비’의 남녀 주인공인 공유와 김고은으로 변신했다. 이어 치어리더들과 함께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TT’에 맞춰 특별 공연을 선보이며 ‘삼촌 팬’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프로 1∼2년차 신인들로 구성된 WKBL 라이징 올스타와 연예인 올스타의 오프닝 경기도 눈길을 모았다. 라이징 올스타는 박진영 오만석 등 남자 연예인들을 상대로 62대 40 완승을 거두며 프로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특히 진안(KDB생명·180㎝)은 남자프로농구(KBL) 선수 출신 연예인 박광재(195㎝)의 블로킹을 피해 깔끔한 중거리슛을 성공시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블루스타는 올스타 본 경기에서 102대 100으로 핑크스타를 제압했다. 블루스타는 4쿼터 종료 직전 100-100으로 맞선 상황에서 신인 박지수가 짜릿한 골밑슛을 성공시키며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16점(3점슛 4개) 5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한 강아정(KB스타즈)은 개인 통산 두 번째로 올스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강아정은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스타전을 진정으로 즐겨서 MVP를 받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핑크스타의 이경은은 3점슛 콘테스트에서 18점(30점 만점)을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가족과 함께 올스타전을 찾은 농구팬 김준환(39)씨는 “단순히 농구만 보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응원도 할 수 있고, 다양한 이벤트가 많이 있어 축제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구팬 최희연(29)씨는 “신인들이 끼가 많고 댄스실력에 감탄했다. 다음 올스타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용인=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프로농구] ‘팬心’과 하나… 오늘은 우리가 아이돌
입력 2017-01-15 18:35 수정 2017-01-15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