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땐 치명타… ‘이재용 영장 청구’ 고민 깊은 특검

입력 2017-01-15 17:42 수정 2017-01-15 21:3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15일 박영수 특별검사가 휴일을 반납하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막바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의 분수령이 되는 만큼 관련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 중이다.

특검팀 이규철 특검보는 “16일까지 이 부회장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애초 특검이 결정 시한으로 밝혔던 15일을 넘겨 고민이 계속되는 셈이다. 이 특검보는 “사안이 복잡하고 중대한 점을 고려해 법리 등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설명을 반복했다.

특검 내부적으로는 구속영장 청구 쪽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다.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변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부회장의 혐의를 어디까지 명시할 것인지가 문제다. 법원이 영장발부 잣대로 삼는 범죄의 ‘중대성’과 ‘소명 정도’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승마지원 명목으로 건넨 80억여원과 최씨 조카 장시호(38·구속 기소)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은 뇌물공여 혐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의 성격을 뇌물 범주에 포함할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뿐 아니라 50여개의 다른 대기업도 두 재단에 돈을 출연한 만큼 해당 혐의의 포함 여부는 나머지 기업 수사에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최씨 지원을 이 부회장의 삼성에 대한 배임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다.

특검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을 이 부회장이 받은 뇌물공여의 대가로 제시할 전망이다.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청와대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결정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이미 드러난 상태다. 다만 삼성의 자금 성격을 ‘자발적 뇌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가벌성의 문제가 변수로 남는다. 삼성 측이 주장하는 공갈·강요의 피해자 논리를 완전히 깨는 것도 쉽지 않다.

2008년 삼성특검 때 이건희 회장처럼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 수사가 입을 타격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검 관계자는 “경제적 충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정치적 측면이나 여론을 보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겠지만, 오히려 ‘법과 원칙’ 면에서 고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삼성 수뇌부의 사법처리 여부 및 수위도 특검의 고민거리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최지성(66) 부회장과 장충기(63) 사장, 삼성전자 박상진(64) 사장 등이 최씨 지원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따라 이들에게 물을 책임의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

한편 특검은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문형표(61·구속)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이르면 16일 기소할 방침이다. 문 전 장관은 특검이 재판에 넘긴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글=정현수 나성원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