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후 첫 주말을 보수층과 충청권 등 ‘집토끼 잡기’에 집중했다. 반 전 총장은 고향인 충북 음성과 충주에 이은 방문지로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를 선택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불가피론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이념과 지역 지지기반을 확고히 다진 후 ‘국민대통합’을 명분으로 한 외연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반 전 총장은 15일 당초 검토 대상이던 전남 진도 팽목항 등 여러 후보지 중 경기도 평택의 2함대 ‘천안함 기념관’을 먼저 방문했다.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準)전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엔 두 번 다시가 없다”며 “다만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가 있는데 그런 문제는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밝혀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 주장과 대비되는 입장이다. 반 전 총장으로선 자신의 지지세가 강한 50대 이상과 새누리당 지지층 등 ‘보수 표심’을 우선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 한 측근 인사는 “반 전 총장은 경제 정책에 대해선 다소 유연한 입장이지만 안보관만큼은 확고하다”며 반 전 총장의 ‘보수적 안보관’을 강조했다.
개헌 필요성을 거론하며 ‘정치교체론’도 부각시켰다.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 방법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필요하면 헌법 개정을 하고 선거제도, 정책결정 방식, 정치인들의 행태와 사고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한 정권교체라는 제한된 수단보다는 전체적으로 정치제도를 개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냐”며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전문가와 협의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이 개헌 카드를 매개로 이른바 ‘제3지대’를 끌어안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특정 정당이나 충청권 후보 이미지에 갇혀선 대권을 거머쥐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는 외연 확대로 요약된다. 반 전 총장은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이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후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간다. 18일엔 광주 5·18민주묘지 참배 뒤 조선대에서 특강을 한다.
지지세 결집 행보도 병행한다. 16일 부산 유엔기념공원과 자갈치시장, 18일 대구 서문시장, 19일 대전 현충원 참배와 대덕연구단지 방문 일정 등을 잡았다. 반 전 총장은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엔 “기회가 되면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14일엔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과 충주 지역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은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교체’ 선언을 비판한 데 대해 “일일이 코멘트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와 관련해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김경택 기자, 평택=이종선 기자 ptyx@kmib.co.kr
보수 표심부터 다진다… 반기문 초반 ‘右클릭’
입력 2017-01-15 17:33 수정 2017-01-15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