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태민에 저항하다 강제해직… 피해 보상하라”

입력 2017-01-16 05:09
최태민씨가 1990년 6월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내에서 목사 임직식을 주관하고 있다.
그해 10월 재단 직원들이 최씨의 퇴진을 요구하며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정문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육영재단 퇴직자들이 최태민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육영재단 강제 퇴직자 피해대책위원회(가칭)’를 출범시키고 피해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당시 최태민 일가가 육영재단 사업에 관여하면서 재산을 부정 축재했고, 이 과정에서 부당하게 퇴직을 강요받았다는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1986년부터 90년까지 육영재단에서 강제 퇴직당한 직원은 100여명에 이른다.

숨죽여 살아온 30년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최태민·순실 부녀는 86년 7월부터 재단에 비선실세로 등장해 업무를 장악했다. 당시 직원들은 최태민씨가 고문이나 회장으로 불리면서 재단 위에 군림했다고 기억한다. 최씨가 재단에 들어오고 나서 서류 결재란에 ‘회장’ 칸이 새로 생겼고, 직원들은 이곳에 최씨의 서명을 받기 위해 당시 최순실씨가 운영하던 서울 강남의 초이유치원까지 가야 했다. 이 모든 것은 83년부터 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박근혜 대통령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한다. 최씨 일가는 재단의 인사·관리·경영 전반에 관여했다.

최씨 일가의 농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씨 일가는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들을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쫓아냈다. 재단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최씨 측근 인사들이 빈자리를 차지했다.

직원들은 당시 사원아파트였던 정수아파트에서도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한 퇴직자는 “해고당한 뒤 우울증과 실의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해고로 인해 아직까지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최씨의 전횡은 재단 사업을 어지럽혔다. 육영재단 산하 어깨동무사에서 발간하던 월간잡지 ‘어깨동무’는 87년 5월 휴간됐다. 최순실씨가 잡지 편집에 관여하면서 기자들과 갈등을 빚다가 생긴 일이었다.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87년 9월 직원 150명이 ‘어용간부 퇴진, 최태민 일가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도 했다. 90년 10월에도 어린이회관 정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한 달 동안 시위를 벌였다. 당시 직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자신의 뜻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190명의 직원 중 170명을 축출하고 자신의 친인척 및 하수인들을 주요 부서에 배치해 회관의 모든 기능을 사유화했다”며 “최순실이 아동문제연구소를 설립하고 어깨동무 꿈나라 보물섬 등의 편집권을 장악하고 끝내 편집부 전 직원의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고 고발했다.

육영재단에서 쫓겨난 직원 중 50여명은 ‘육영회’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모이고 있다. 억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자리였다. 한 회원은 “강제퇴직 문제에 대해 몇 차례 문제 제기를 하려고 생각도 했지만 문제 제기 자체가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최씨 일가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냈다고 한다.

진상규명·피해보상 가능할까

30년 전 강제 퇴직당한 이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는 없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육영재단과 영남대학교를 비롯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착수했다.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최씨 일가가 제3자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재산까지 확인해 동결할 방침이다. 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의원은 “육영재단 강제 퇴직도 재산 부정축재 시도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이번 논의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달 29일 ‘군사정권 침해 재산의 사회환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위원회를 설치해 피해자나 유족 등의 요청에 따라 진상조사를 벌이고 적절한 보상을 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육영재단 강제 퇴직자들의 의견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피해대책위 고문 김치련 변호사는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적절한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적 해결보다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강제 퇴직당한 직원들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김판 김지방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