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장 추웠던 14일에도 박근혜 대통령 구속 등을 요구하는 촛불은 뜨겁게 타올랐다. 1987년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를 기리는 30주기 추모제도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2차 촛불집회 ‘공작정치 주범·재벌총수 구속’을 열었다. 시민 13만명(주최측 추산)이 집회에 참석해 ‘범죄자 박근혜 즉각 구속하라’는 피켓과 촛불을 들었다. 부산과 대구 전남 등 지역에서도 1만6700여명이 모였다.
12번의 촛불집회 중 11번을 참석했다는 박채운(19)씨는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도 몇 개월이 걸릴 텐데 그동안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회에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이렇게 추운데도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든 걸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된 본 집회에서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의 행적에 대한 자료를 헌재에 제출했지만 다 거짓말”이라며 “우리는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 왜 제대로 몰랐으며,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본집회가 마무리되고 시민들은 청와대와 총리공관, 종로 3개 경로로 행진했다. 강추위로 소등행사는 없었다.
광화문 광장 한편에는 박종철 열사의 생전 사진과 함께 국화꽃이 놓였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등은 광장 북쪽 무대에서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와 민주승리 국민대회’를 열었다.
추모사는 1987년 민주항쟁 때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맡았다. 배 여사는 “30년 전 자식의 사진을 가슴에 안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다닐 때 나는 원숭이고 다른 사람들은 구경꾼이었다”며 “(지금) 세월호 가족들이 30년 전 이한열 애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박사모 등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제9차 태극기 집회-가자 대학로!’를 열고 탄핵 무효를 외쳤다. 이들은 120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184개 중대 1만4700여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해 집회에 대비했다. 경찰은 자체 추산한 집회 참가 인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참가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혹한에도… 뜨겁게 타오르는 촛불
입력 2017-01-15 18:17 수정 2017-01-15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