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전문 여행사인 러다오여행(樂道旅行)의 한국부 야오후이링(31·사진) 매니저. 중국인 여행객을 모집하고 안내하는 책임자인 야오씨는 지난해 9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출장은 5번이지만 휴가를 내 개별적으로 한국 여행에 나선 것도 4번이다. 야오씨는 새해를 한국에서 맞았다. 원래 정동진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지만 기차표를 못 구해 서울 강남에서 새해를 맞고 2일에서야 한국에 유학 중인 친구와 정동진을 찾았다.
17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 20여명을 이끌고 서울 출장에 나선다. 여름 성수기 때에는 러다오여행을 통해 보통 월 300명 정도의 유커가 한국을 찾는다. 비수기까지 포함하면 월 100명 선. 최근 한국 여행객은 다소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때문은 아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야오씨는 “사드의 영향이 있느냐 없느냐를 굳이 따진다면 있다 쪽이지만 그렇게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사드보다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매주 찬반 시위가 열리는 등 한국의 어수선한 분위기 탓이 크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 한국에 사드 배치가 이뤄지면 어떻게 될까. 야오씨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일본과는 직접 전쟁까지 치렀고 최근 일본과 분위기가 험악했을 때도 일본행 여행객은 많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사드 때문에 ‘한국에 가지 말라’고 떠들며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중국인들도 늘어났다. 한국 여행 소식을 전하는 러다오여행의 SNS나 홈페이지에도 악플이 종종 달린다. 하지만 야오씨는 “그런 사람들은 원래 한국에 갈 사람들이 아니었다”면서 “사드랑 관계없이 콘서트 볼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가고, 쇼핑하러 가는 사람도 그냥 간다”고 강조했다.
사실 야오씨는 그룹 ‘JYJ’의 열혈 팬이다. 멤버 김재중의 제대 소식도 잘 알고 있다. 이번 한국 출장 마지막 날에는 김재중의 고려대 콘서트가 있다. “출장만 아니면 공연장을 찾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유커들은 단체여행보다는 개별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야오씨는 “과거 단체와 개별여행 비율이 7대 3 정도였지만 지난해는 5대 5 수준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 이후 반부패 운동이 벌어지면서 공무원들이나 국유기업의 단체여행이 크게 줄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저가여행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지난해 11월 여행사 사장들을 불러 원래 가격보다 싸게 파는 관광상품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대학에서 여행관리학을 전공한 야오씨는 졸업 후 2009년 제주도를 처음 가면서 한국의 매력에 빠졌다. 주위에선 돈도 벌면서 한국에 자주 여행 다니는 야오씨를 부러워한다.
중국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서울 신촌이다. 그는 “명동 등 유명 관광지들은 중국인이 너무 많다”면서 “신촌은 길거리 공연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많고 활기가 넘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비중이 커지는 개별여행객을 위해서는 언어와 교통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오씨는 “서울 지하철에서도 ‘다음 역은 명동’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다음 역’은 중국어로 하면서 ‘명동’은 중국어가 아닌 한국어 발음으로 나온다”면서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인터뷰] “한국 여행객 다소 줄었지만 사드와 무관… 콘서트·쇼핑 갈 사람 상관없이 그냥 가”
입력 2017-01-16 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