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71·사진) 서울 광진구청장은 서울시 구청장들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많지만 생각은 누구보다 유연하고, 말은 거침이 없다. 지난 12일 구청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1시간30분가량 쉬지 않고 얘기할 정도로 체력도 대단했다.
김 구청장은 그런데도 지난해 광진구의 대표 축제인 ‘서울동화축제’ 개막식에서 자신을 포함한 기관장들 축사를 모두 빼도록 했다. 아이들이 지루해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대중유세를 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치구에 자기 예산이 거의 없다. 구정의 70% 이상이 서울시 행정인데 구청장으로 나서면서 무슨 공약을 하나?”
김 구청장은 뻔한 거짓말로 환심을 사는 대신 소통, 청렴성, 문제해결 능력 등으로 지지를 이끌어낸다. 서울시나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도 구청이 일방적으로 지시받는 수용자 입장에만 머물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한다. “말이 안 되는 공문,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가 내려오면 그냥 무시해 버려라.”
김 구청장은 “행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며 “광진구 문제는 광진구청이 제일 잘 안다”고 역설했다.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청에서 오래 공무원 생활을 했던 그가 지방분권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는 “지역마다 문제가 다 다른데 어떻게 중앙 부처에서 일률적으로 한다는 거냐”라며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거기서 정책을 펴고 거기에 재정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해를 막기 위한 배수구 정비, 골목길 악취 해결을 위한 악취지도 작성, 보행안전 확보를 위한 교통특구 지정, 문화산업 육성 등 김 구청장이 추진해온 일들에는 광진구의 특수성에 대한 고민이 반영돼 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광진구가 특별한 게 뭔지 아느냐? 광진구는 강남개발 이전, 아파트 붐 이전인 1970년대 초 베드타운으로 조성된 신도시였다. 그래서 아파트가 거의 없고, 골목길이 가장 많고, 공공부지가 거의 없다.”
김 구청장은 올해 두 가지 개발사업을 시작한다. 천호대교 북단의 광장동 부지 매입을 완료해 지상에 체육관과 공원을 만들고 지하에 쓰레기집하장 등을 집어넣는 공사에 들어간다. 또 3월 이전하는 동부지방법원과 검찰청 부지에 구청 신청사를 착공한다.
그는 “광진구는 그동안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주민 편의시설을 늘리지 못했다”면서 “내년 공사가 완료되면 쓰레기 처리, 체육공원, 구청사 등 급한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복지와 안전은 삶과 직결되는 과제이므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전 동으로 확대해 더욱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신년 초대석] 김기동 광진구청장 “복지·안전망 촘촘하게 구축하겠다”
입력 2017-01-15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