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다. 작년 1월 3.2%로 발표한 후 네 차례나 내린 것이다. 한은은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침체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된 이유는 민간소비”라며 얼어붙은 심리로 인한 소비절벽이 내수에 직격탄이 됐다고 분석했다. 소비 위축 실태는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한은은 민간소비증가율이 지난해 2.4%에서 올해 1.9%로 0.5%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12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보다 1.6포인트 떨어진 94.2를 기록,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추락했던 98.8에 비해서도 4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지갑을 열지 않는 심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를 억누르는 것은 국내외의 불확실성 증가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득 여건 악화에 따른 구매력 감소 때문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가계소득은 조금 느는 반면 빚은 왕창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활물가까지 앙등해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업무계획 브리핑을 통해 2016년 가계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전년 대비 95만원 증가한 4022만원인 반면 평균 가계부채는 399만원 늘어난 6655만원으로 집계했다. 버는 것보다 빚이 더 많아지면 지갑부터 닫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꾀하기 위한 정책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 연구소와 해외 투자은행보다 높다는 점에서 이마저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내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2.4%로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평균 2.4%로 예측하는 등 한국의 경제 환경이 어느 때보다 엄혹한 것으로 평가했다.
수출이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투자 조짐이 살아나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둘러싼 하방 리스크는 그 같은 낙관적 현상을 압도할 만큼 위협적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설] 네 차례나 낮춘 올 성장률 전망, 불안한 한국경제
입력 2017-01-15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