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트럼프 X파일 유출 관여”

입력 2017-01-14 00:01
영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생활과 러시아와의 유착 내용이 담긴 이른바 ‘트럼프 X파일’ 유출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가 전직 비밀정보부(MI6) 요원인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X파일의 존재와 내용을 알고 있었고, 이를 미 연방수사국(FBI)에 전달하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런 사실이 드러나 영국이 러시아와 미국 양측으로부터 비난받을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스틸은 신원이 공개되자 신변 위협을 느껴 잠적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스틸은 워싱턴DC의 한 컨설팅사로부터 트럼프에 관한 X파일 작성을 의뢰받았다. 자금은 미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젭 부시 지지자와 민주당원들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스틸이 정보를 수집한 뒤 내용의 심각성을 고려해 FBI와 MI6의 동료에게 이를 알리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영국 관리에게 FBI와 접촉해도 되는지 허락을 요청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안보소식통은 “스틸이 반드시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었지만 ‘직업적 예의상’ 정부에 FBI 접촉 허가를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MI6가 트럼프와 러시아 양측 모두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흘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스틸이 여전히 MI6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도 “나를 표적으로 한 가짜 뉴스는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분노했다. 영국 총리실과 외무부는 곤혹스러워하며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스틸은 MI6 소속일 당시 외교관 신분으로 러시아와 프랑스에 주재하면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데르 리트비넨코 사건을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트비넨코는 런던에 체류하던 중 독극물을 마시고 살해돼 영·러 관계를 얼어붙게 했다.

스틸은 은퇴 후 국제축구연맹(FIFA) 부패 사건에 대한 정보를 FBI에 제공했고 이 사건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트럼프 관련 정보 수집을 의뢰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