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이란 공항에 새 여객기 도착

입력 2017-01-13 18:30 수정 2017-01-13 21:13
이란항공 관계자와 내외신 취재진 등 수백명의 인파가 12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메흐라바드 공항에 착륙한 에어버스사의 새 여객기 주변에 몰려 있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기장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새로운 여객기가 이란 땅을 밟았다.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서방에서 만든 여객기가 인도된 것은 38년 만에 처음이다.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협상과 이에 따른 경제제재 해제 조치의 가장 상징적인 결과물이다.

AP통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에어버스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 툴루즈를 출발한 여객기가 같은 날 오후 수도 테헤란의 메흐라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국영항공사 이란항공의 영문명(Iran Air)과 페르시아를 상징하는 ‘호마’(사자 몸통에 독수리 머리와 날개가 달린 전설의 동물)가 새겨진 여객기가 활주로에 바퀴를 내딛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란인 기장은 창문을 열고 삼색 국기를 흔들며 화답했다. 압바스 악훈디 교통장관은 환영행사에서 “새 여객기를 국내 노선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이란혁명 이후 전투기 개발을 막기 위해 이란에 비행기 수출을 제한했다. 이란은 제3국을 거쳐 중고 여객기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연간 600만명을 실어 나르는 이란항공의 여객기는 평균 연식이 25년에 이를 만큼 노후화됐다. 부족한 부품 탓에 전체 여객기 250대 중 162대만 운항에 투입된 상황이다.

새 여객기는 지난해 1월 대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된 지 꼭 1년 만에 나온 가시적인 성과다. 이란항공은 제재 해제에 맞춰 에어버스와 180억 달러(약 21조14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A320, A330 등 민항기 100대를 구매 또는 장기 임대키로 했다. 이번에 인도된 189석의 A321 기종을 시작으로 99대가 수년 동안 도입될 예정이다. 이란항공은 지난달 미 보잉사와 민항기 80대를 10년에 걸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란 정부는 노후 기체를 대체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민항기 400∼500대를 주문할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 차기 행정부가 이란의 여객기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업적인 이란 핵협상을 거듭 비판해 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이란을 북한과 더불어 ‘중대한 위협’으로 거론하며 주적으로 규정했다. 이란은 트럼프의 공식 취임(오는 20일)에 앞서 여객기 도입을 서둘렀다. 이날 악훈디 장관은 “미국 신행정부에서도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란 내부 사정도 희망적이지 않다. 핵협상을 주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주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타계하면서 개혁·개방 정책을 이끌 지원군을 잃었다.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로하니는 5월 대선에 앞서 새 여객기 도입에 속력을 내고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