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을 인수해 포스코에 15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준양(69) 전 포스코 회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2015년 11월 정 전 회장 등 32명을 기소하며 포스코 수사를 마무리한 지 1년2개월 만이다.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가 아무런 단죄도 받지 않게 되면서 244일간 수사를 강행했던 검찰은 무색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도형)는 특경가법상 배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13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의 주된 부분이던 성진지오텍 부실인수 배임에 대해 “인수 당시 곧바로 포스코에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손해 발생 위험이 구체적으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수 당시 성진지오텍 최대주주 전정도(58)씨에게 과다 지급된 것으로 조사된 경영권 프리미엄 57.8%에 대해서는 “다른 인수합병을 보면 77∼147%까지 지급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이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2) 전 의원 측에 약 12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도 무죄 판단했다. 검찰은 티엠테크 등 일명 기획법인을 세워 일감을 내려주는 신종 방식의 뇌물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포스코켐텍이 이 전 의원의 측근에게 티엠테크 지분을 이전 결정한 시점은 고도제한 위반 문제가 불거지기 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이 처사촌동서 유모(70)씨를 협력사 코스틸에 취직시켜 고문료 4억6100만원을 받게 한 혐의도 무죄라고 선고했다. 코스틸 박재천 회장으로부터 슬래브 독점 공급 청탁과 함께 491만원 상당의 로마네꽁띠 와인 1병을 수수했다는 혐의도 무죄였다. 재판부는 “통상 1병당 시가 1000만원을 훌쩍 넘는 최고가 와인”이라며 “박씨가 백화점에서 1병당 400만원에 산 게 맞는지도 의심된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징역 1년3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티엠테크 부분은 무죄였지만, 조모 전 포항제철소장 등을 통해 측근들에게 일감을 몰아줘 1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한 부분은 유죄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정준양 무죄, 이상득 1년3개월 형 선고
입력 2017-01-13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