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 위안부 합의 비판 대열에 합류하면서 재협상을 둘러싼 논란도 더욱 커지게 됐다. 찬반 여론이 갈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와 달리 위안부 문제는 연일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냉철하게 처리해야 할 외교적 현안을 국내에서 정치 수단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합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선 “일본에서 받은 10억엔이 위안부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라며 “그러면 차라리 돈을 돌려줘야지”라고 말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재협상이나 폐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직 외교수장으로는 이례적인 발언이다. 일본 언론도 13일 이 발언을 자세히 보도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치권의 목소리가 비판 일변도로 커지는 반면 사드를 둘러싼 움직임은 갈수록 신중해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11일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반 전 사무총장도 “한·미동맹에서 합의된 내용을 다시 논의하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차기 정부 결정론을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2일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국답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사드의 경우 한·미동맹의 큰 틀 내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이고, 더욱이 ‘북핵·미사일 방어용’이라는 명분이 뚜렷해 여론이 갈리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조적으로 위안부 합의는 ‘밀실 합의’ 비판에다 한국의 저자세 외교 지적까지 더해지며 부정적 여론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의 재협상 요구가 외교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앞서나가는 데 있다. 국내의 반일 여론 못지않게 일본 내에서 반한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라고 했던 일본 정부가 재협상을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재협상도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이 협상에 나설지 의문”이라며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위안부 재협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막상 정권을 잡게 되면 또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위안부 재협상론’ 커지고 … ‘사드 불가’ 수그러들고
입력 2017-01-14 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