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놀라운 아침의 나라… 韓美동맹 역대 최고”

입력 2017-01-13 17:52 수정 2017-01-13 21:26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생활에 대한 소회를 말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인 로빈 여사가 한국에서 낳은 아들 세준, 딸 세희를 안은 채 리퍼트 대사를 바라보고 있다. 만 41세였던 2014년 10월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했던 그는 2년2개월여 만인 오는 20일 미국으로 복귀한다. 사진공동취재단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13일 한국을 일컬어 “놀라운 아침의 나라”라고 했다. 19세기 말부터 해외에 ‘조선(朝鮮)’의 이미지로 통용되던 ‘고요한 아침의 나라(land of morning calm)’를 뒤집은 표현이다. 그는 “사람들이 내게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책을 읽으라 했는데 이 제목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한국은 조용하지 않고 항상 뭔가가 일어나는 나라”라고 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 국무부 지시에 따라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대사직에서 물러난다. 그는 한국 기자들과의 고별 간담회에서 현재 심정이 “시원섭섭하다”면서도 “우리 가족은 고국을 그리워하는 애국 시민이지만 한국을 떠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리퍼트 대사는 부인 로빈 여사와 한국에서 얻은 두 자녀인 세준·세희와 함께 연단에 섰다. 한국어 실력을 과시하려는 듯 자주 쓰던 “같이 갑시다” 외에 “다른 분도 질문해 주세요” “(세준이가) 이따 올 거예요” 등 평소보다 한국어를 많이 썼다. 한국 속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또박또박 발음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추억을 회상할 때마다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였다.

그는 “아름답고도 역사적으로 유구한 한국의 여러 곳을 다니며 한국인들이 보내준 따뜻함을 항상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김기종씨에게 흉기 공격을 당한 일을 언급하며 “피습 이후 여러분이 보여준 뜨거운 성원과 환대, 선의, 우정도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미동맹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최고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메커니즘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미 양국의 대북 정책은 완전히 일치했으며 한·미·일 3자 협력도 강화됐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는 듯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국은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으며 북한이 대화로 돌아오길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전략을 ‘협상’ ‘제재’ ‘억지’를 포함하는 ‘삼지창 전략’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북 제재의 핵심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지금 대화를 원치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귀국 이후 계획에 대해 “본국에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다. 다만 로빈 여사가 한국 부임 전까지 미국 대형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선임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아내 경력을 지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대사 재임 기간은 2년2개월여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는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 국방부 차관보 등을 지냈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정보장교로 이라크 복무경험도 있다. 만 41세였던 2014년 10월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