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GDP 성장률 하향조정 왜

입력 2017-01-14 00:0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시스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춰 잡은 것은 민간소비의 급감을 우려해서다. 지난해 10월 내놓은 전망치 2.8%에서 0.3% 포인트나 낮춘 이유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상황 변화론’을 폈다. 이 총재는 13일 간담회에서 “10월 전망치 발표 이후 대내외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 대외적으로 미국 대선 이후 시장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주의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올해 금리 상승 전망 등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대통령 탄핵 사태와 김영란법 시행 등 지난해 4분기 줄줄이 쏟아진 국내 악재에 대해선 직접 언급을 피한 채 “국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어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더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사정 악화가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계의 소비심리 및 기업의 경영심리를 함께 위축시키고, 고용과 임금상승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진단이다.

여기에다 2015년부터 내년까지 4년 연속으로 ‘2%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울한 진단도 나온다. 그나마 수출 회복세 전망이 일부 포함돼 있어 위안을 준다. 내수와 수출로 나눠 성장률에 기여한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에 내수가 2.3% 포인트, 수출이 0.4% 포인트 기여했었다. 한은은 올해 내수의 성장률 기여 비중이 1.7% 포인트로 줄어드는 대신 수출이 0.8% 포인트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내년에는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및 설비투자의 개선세가 이어져 성장률도 올해보다 나은 2.8%로 높아질 것이라고 한은은 전망했다.

경기 하강 요인이 급증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3개월마다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는 모습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은은 지난해 1월부터 2017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처음엔 3.2%로 예측했다가 지난해 4월 3.0%, 7월 2.9%, 10월 2.8%로 조금씩 내렸다. 이날 다시 2.5%로 수정하면서 최초 전망치보다 0.7% 포인트나 내려갔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률을 정확하게 전망하기는 점점 더 어렵다. 다만 매번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가 상황 변화를 얘기하며 슬금슬금 낮추는 관행은 문제가 있다. 한은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경제 전망의 오차가 크고, 최초 예측치보다 악화되는 패턴이 5년간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예측한 민간 연구기관과 달리 2%대 중반이라는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총재는 종종 “최선을 희망하며, 최악에 대비를(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이란 영문 경구를 언급하곤 한다.

한편 올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예측에 대해 이 총재는 “집값의 급속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을 부동산 버블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