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대선 첫걸음을 뗐다. 전날 귀국 일성으로 내놓은 국민 대통합을 강조한 행보다. 반 전 총장은 청년 문제 해결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오전 8시45분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파트를 나섰다. 그는 “13년 만에 집에 들어오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현충원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썼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제 한 몸 불사르겠다”고 한 데 이어 거듭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묘역을 참배했다. 참전용사, 순국선열 묘역도 찾았다.
귀국 이후 반 전 총장의 첫 번째 메시지는 청년층을 겨냥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젊은층의 지지세가 약하다는 점을 의식한 전략이다. 그는 자택 인근 김치찌개 식당에서 20, 30대 청년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셔츠 단추도 하나 푼 편안한 차림이었다. 워킹맘, 대학생 창업가, 취업준비생 등이 돌아가면서 고충을 털어놓으면 반 전 총장은 조언을 건넸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시절 경험을 앞세워 고용·복지·육아 정책에 관한 구상을 내비쳤다.
반 전 총장은 복지비용과 관련해선 “예산과 국민의 조세 부담, 정부 부담의 형평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저는 야심이 큰 사람은 아니었고 할 일만 하던 사람이었다”며 “노력하니까 기회가 왔다. 하다보면 기회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주민등록증 주소를 도로명으로 바꾸기 위해 방문한 사당동주민센터에서도 청년실업 문제를 꺼냈다. 국내외 관련 수치를 제시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심각한 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학생에게는 “머리는 구름 위에 두고 발은 땅에 디뎌라. 이상은 크게 갖되 현실적 감각으로 조화를 해나가라”고 당부했다. 반 전 총장은 돌이 갓 지난 아기를 안고는 “이제 친구 됐네”라고 친근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 은행에서 사업자용 통장을 개설한 뒤 기자들에게 “생활 정착을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마포 사무실에서 실무팀과 상견례를 했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따로 인사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국가원수이고 새해 인사도 못 드렸다”며 “귀국했으니 전화를 한번 드리는 게 마땅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도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화합형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반기문 ‘국민 대통합’ 광폭행보… 강력한 대권 의지
입력 2017-01-13 18:04 수정 2017-01-14 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