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마지막 ‘대어’인 황재균(30)의 행선지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과 국내 잔류를 놓고 아직도 고민 중이다. ‘빅보이’ 이대호(35)는 한국과 미국, 일본 세 갈래 길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당초 황재균은 빅리그 입성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지난해 11월 하순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상대로 쇼케이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빅리그 구단과의 구체적인 접촉 소식이 없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밀워키 브루어스 등이 관심이 있다는 전언이지만 메이저리그가 보장되지 않는 스플릿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플릿 계약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연봉에 차이를 두는 것이다. 구단이 임의로 황재균을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낼 수 있는 계약이다.
이에 황재균은 최근 국내 구단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원 소속 구단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다.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접는다면 현재로선 롯데 잔류에 더 무게가 실린다.
kt 관계자는 13일 “황재균이 좋은 선수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몇 승을 더 할 수 있겠지만, 우승을 할 정도로 크게 전력이 상승하진 않을 것이다. 무리하게 많은 돈을 들이는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황재균을 1순위로 생각하면서 계속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황재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면 엄청난 ‘대박’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대호도 여전히 빅리그를 물색 중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왼손 투수가 나올 때만 타석에 들어서는 ‘플래툰 시스템’에 묶었다. 이에 좀 더 많은 경기를 뛰기 위해 시애틀과 계약을 해지하고 시장에 나왔다.
빅리그 구단들은 이대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가 선정한 35세 이상 베테랑 FA 선수에 이대호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다만 비교적 나이가 많은 이대호를 풀타임 주전으로 선택하는 데는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국이나 일본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선 친정팀인 롯데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황재균의 움직임에 따라 롯데행이 가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는 팀이 어수선한데다 주머니 사정마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재균과 이대호 두 명을 모두 데려올 여력이 안 된다는 의미다. 이대호의 몸값은 1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황재균이 빅리그로 떠날 경우 이대호의 롯데행은 높아진다. 롯데도 최근 외국인 내야수 앤디 번즈를 영입하며 황재균의 빈자리에 대비하는 듯 한 인상을 줬다.
반면 일본은 아주 적극적이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 외에 최근에는 오승환이 몸담았던 한신 타이거즈까지 영입전에 뛰어 들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황재균, MLB行 갈수록 ‘가물’
입력 2017-01-13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