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에 몰아치는 ‘닥공’ 바람

입력 2017-01-14 05:01
하든(휴스턴)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 역대급 ‘닥공(닥치고 공격)’ 바람이 불고 있다. 고득점 현상과 함께 각종 새 기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약 20년 전 NBA에서 인기를 끌던 공격 농구가 다시 대세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NBA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화끈한 공격농구가 유행하면서 세 자릿수 이상 평균 득점이 나왔다. 하지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퇴)이 몸담았던 시카고 불스가 강력한 수비로 왕조를 구축한 뒤 수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에 1996년 NBA 리그 전체 평균 득점은 99.5점으로 떨어졌다. 2009년(100점)과 2010년(100.4점)만 제외하고 2013년(98.1점)까지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이 이어졌다. 2014년부터 다시 세 자릿수 평균 득점(101점)에 진입했고, 올해는 104.7점으로 1993년(105.3점)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서부컨퍼런스 1위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 등의 3점슛을 앞세워 강팀으로 거듭났다. 골든스테이트의 공격농구는 하나의 흐름이 됐다. 리그 전체에 자연스레 3점슛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고득점 현상이 나오고 있다. 올 시즌 NBA 30개 구단은 경기당 평균 26.8개의 3점슛을 시도해 9.6개를 성공 중이다. 3점슛 시도와 성공 개수 모두 NBA 역대 최고치다.

휴스턴 로케츠는 올 시즌 대표적인 ‘닥공’ 팀이다. 7초 이내에 공격을 끝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공격농구의 귀재’ 마이크 댄토니 감독이 부임한 뒤 강팀으로 거듭났다. 휴스턴은 지난해 서부컨퍼런스 8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 진출했지만 올해는 3위(31승 10패)를 달리고 있다.

휴스턴은 13일 기준 613개로 가장 많은 3점슛을 넣고 있다. 에릭 고든(3.7개), 제임스 하든(3.1개), 라이언 앤더슨, 트레버 아리자(이상 2.8개) 등 3점슛에 능한 선수들이 많다. 휴스턴은 지난달 17일 뉴올리언즈 펠리컨스와의 경기에서 24개의 3점슛을 넣어 NBA 역대 한 경기 최다기록까지 세웠다. 휴스턴의 평균 득점은 114.6점으로 골든스테이트(117.3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고득점 현상의 또 다른 원인은 빨라진 경기 전개 속도다. 올 시즌 평균 페이스(Pace)가 96.2회로 1993년(96.8회)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페이스 지표는 경기시간 48분 동안 볼 소유권(공격기회) 횟수를 뜻한다. 각 팀의 공격횟수 증가가 고득점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올 시즌 한 경기에 50점 이상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내는 선수들도 많다. 하든, 지미 버틀러, 아이재아 토마스 등 총 8명이나 된다. 이는 1990년과 지난해에 이어 NBA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이기록이다. 신기록 수립은 시간문제다.

러셀 웨스트브룩과 하든은 트리플더블을 각각 18회와 10회씩 작성하며 공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