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반도헌] 반기문에 거는 기대

입력 2017-01-13 17:44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유력한 키워드는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와 ‘갈등·분열 치유’ 등이 꼽힌다. 거버넌스는 거번먼트(Government)와는 달리 정치와 경제·사회적 자원의 배분 및 관리와 관련된 총체적 구조와 과정을 강조한다. 한 사회 내의 다양한 기관이 자율적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하고 협력한다는 점에서 ‘협치’ 개념이 포함돼 있다. 정부 차원을 벗어나 사회 내 다양한 주체가 자율성을 지니면서 국정에 참여하는 통치방식을 말한다. 거버넌스 이론의 본질은 대리인의 권리남용, 이해상충 등을 방지하고,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책임추적성(accountability)을 강조하는 것이다.

거버넌스 분야의 최고 석학인 가이 피터스는 ‘거버넌스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조정해 가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굿 거버넌스는 어질고 올바른 정치라는 추상적 개념뿐 아니라 국민 참여와 투명성 등을 보장하는 정치 시스템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나라를 다시 하나로 만들어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국가 운영 시스템, 이른바 굿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기존 거버넌스 시스템에서 새로운 굿 거버넌스 시스템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을 중시하며, 그 과정에 있어서 투명성, 효과성, 참여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 굿 거버넌스는 자본주의와 서구의 사상에 맞게 이루어진 하나의 평가 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즉 그 현지 국가에 필요한 정책인지 그리고 그 정책이 현지국가의 경제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자신들의 기준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굿 거버넌스라는 서구의 제도를 대한민국의 사정에 맞게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가 과제인 셈이며, 굿 거버넌스에 대한 방향성과 원칙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국민들은 반 전 총장의 화려한 스펙, 식견, 경력에 대한 의구심은 없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의 직무와 대통령의 직무는 다르다. 이제부터는 반 전 총장이 우리나라 국정운영의 새로운 거버넌스를 열망하는 국민적 기대에 화답해야 한다. 반 전 총장 지지율이 높은 것은 기존 정치와 전혀 다른 굿 거버넌스와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최순실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 ‘헌법의 문제(개헌)인가, 사람의 문제(human risk)인가’에 대한 대립된 시각이 병존한다. 이 문제는 낡은 헌법과 지도자의 자질 문제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최순실 사태는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고, 헌법의 문제는 국회의 합의에 의하여 해결할 문제이다. 결국 굿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올바른 리더십이 제대로 수행될 때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대안으로서 ‘왜 반기문이어야 하는가’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 때 경험했던 수많은 굿 거버넌스 정책과 리더십을 대한민국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국민을 위한 굿 거버넌스를 제대로 꽃 피울 경우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반도헌 ㈜GRC코리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