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 넘은 대기업 때리기 자제해야

입력 2017-01-13 17:32
대권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재벌 개혁을 외치고 있다. 5년 전 양극화와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선 주자들이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왔던 것과 판박이다. 차이가 있다면 강도가 더 세졌다는 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확인된 정경유착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등에 업고 대기업을 때려잡을 태세다.

재벌 개혁의 당위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리얼미터가 13일 전국 19세 이상 20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66.4%가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나라 경제와 개인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해 재벌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반기업 정서가 심한 것은 대기업 책임이다. 정권으로부터 특혜를 누리면서 변칙적인 경영권 세습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부를 축적해온 영향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재벌 개혁이 기업 활동을 옥죄거나 대중심리에 편승한 대기업 때리기로 흘러선 곤란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구속하고 이 부회장이 삼성을 이용한 조직범죄로 얻은 최대 10조원의 불법 수익을 국가가 전액 몰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벌 해체를 주장했다. 변호사 출신답게 ‘불법 수익’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판결도 나오기 전에 위법을 단정하고 재산 몰수까지 언급한 것은 심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4대 재벌 개혁 방안에도 기업을 옭아맬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노동자추천이사제만 해도 경영권과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상법상 주식회사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재벌 개혁의 관건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투명·정도 경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된다. 정부가 할 일은 공정한 시장 룰을 만들고 반칙하는 기업은 엄벌에 처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