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10년’ 내세워 통합 리더십 강조

입력 2017-01-12 21:33 수정 2017-01-13 00:1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한몸 불사를 용의가 있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선언했다. 인천공항=윤성호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첫 귀국 메시지에서 ‘패권과 기득권 타파’를 설파하며 ‘친박(친박근혜) 친문(친문재인)’으로 대변되는 기존 정치세력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 국제적 지도자로서의 경력을 여러 차례 내세우며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유엔에서의 10년간 성과를 발판 삼아 대권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반 전 총장은 ‘촛불 광장’을 칭송했고,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도 강조했다. 국가 간 전쟁을 목도하고 갈등 조절에 나섰던 점을 언급하며 안보 이슈도 꺼내들었다. 보수·진보 진영 논리에 묶이지 않고 양측을 모두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 인사 겸 기자회견에서 현 정치권에 대한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교체’를 선언하며 야권의 ‘정권교체’ 프레임을 반박했다. 자신을 여권 후보로 규정하며 견제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반 전 총장이 촛불집회를 높게 평가하며 민심 끌어안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낸 기적,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됐던 좋은 국민을 기억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정치권은 아직도 광장의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다”며 여야를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도 손수 느꼈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린 국내 상황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까지 에둘러 비판한 대목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을 설명하는 데 원고의 4분의 1가량을 할애했다. 자신이 국가를 이끌 능력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점을 피력하고, 대선주자로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반 전 총장은 또 “전쟁의 참화를 통해 우리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 및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직접 언급했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조치, 일본의 위안부 소녀상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외교·안보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사회 분열의 치유’를 자신이 추구하는 리더십으로 제시했다. 현 시대상황을 “나라는 갈가리 찢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조리와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 젊은이의 꿈은 꺾이고, 폐습과 불의는 일상처럼 우리 곁에 버티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정권을 누가 잡느냐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냐”며 “다 우리 대한민국 한나라, 한민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미래의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국내 정치에 몸담지 않은 자신의 경력을 두고 정치권이 견제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서도 “세계 일류 국가를 만드는 데 한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