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사모it수다] 부교역자 사모에게 새벽기도란

입력 2017-01-13 20:52

교회마다 신년 특별 새벽기도회가 한창이다. 새벽기도 때 목회자들은 교회에 일찍 나가 예배를 준비한다. 예배당을 밝혀야 하고 특히 요즘같이 추운 날씨엔 난방온도를 미리 높여두는 것도 사역의 일부다.

그러다보니 사모들도 남편을 따라 새벽 일찍부터 나갈 채비를 해야 한다. 교회 인근 사택에서 생활하는 사모들의 경우에는 예배 시간에 맞춰서 예배당에 나가면 되지만 집이 멀거나 아이들이 있는 사모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잠에 취한 아이들을 깨우고 준비시켜 캄캄한 새벽에 교회로 데리고 나가는 건 퍽 힘든 일이다.

누군가는 ‘아이들은 집에 놔둬도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사모의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장로나 성도들이 “A목사 사모는 새벽기도 때 아이들도 다 데리고 나오는데 B사모네 애들은 새벽기도에 나오지도 않는다”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사모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자녀들의 신앙성장을 위해 새벽기도 훈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목회자 자녀들이 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성도들의 시선은 때론 큰 부담이다.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지 성도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하나’ 싶다가도 ‘행여나 이런 시선이 남편의 사역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를 먼저 걱정하게 되는 게 사모의 자리인 것 같다.

울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서 교회에 일찍 도착해도 고민은 또 이어진다. 담임 사모들은 남편과 함께 예배준비를 하지만 부교역자 사모들은 예배시간 전까지 마땅히 머무를 장소가 없다. 곤히 잠든 아이들만 차안에 두고 혼자 예배당에 들어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깨워서 예배당에 들어가자니 아이들 떠드는 소리 때문에 기도하고 있는 성도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사모들은 저마다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주변 사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는 차안이었던 것 같다. 차안에서는 누구의 시선도,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모들 중에는 차량 유리 틴팅(선팅)의 농도를 아주 진하게 하기도 한다.

승용차가 없는 사모들까지 함께 모여 차안에서 따뜻한 차를 나눠 마시다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러나 가끔은 당황스러운 일도 발생한다. J사모는 “어느 날 알람을 맞춰 놓고 차안에서 아이들과 잠이 들었는데 알람소리를 듣지 못해 예배시간에 20분이나 늦었다. ‘사모가 예배시간에 지각이나 한다’는 소리를 듣게 돼 변명도 못하고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새벽예배가 끝난 뒤에도 사모들은 여유 있게 교제할 시간이 없다. 새벽부터 식당에서 바쁘게 봉사하시는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을 보면 사모들은 어느새 손을 걷어붙이고 고무장갑을 끼고 있다. 더군다나 담임 사모가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데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뒤돌아서 집으로 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부교역자 사모는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끔은 남편들의 ‘사모 탈출 작전’이 필요하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등교시간을 이유로, 혹은 아직 아이가 없는 부부는 출근준비를 이유로 각각 자신의 아내를 불러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어떤 목사님은 눈치 없이 고무장갑을 끼고 끝까지 남아서 일손을 거들다가 아내에게 뜨거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이런 남편의 모습은 사모들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대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2017년,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하며 기도로 새벽을 깨우는 독자들과 사모들에게 올 한해도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이 코너는 사모인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가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