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이재용 피의자 소환… 특검, 뇌물죄 10000% 입증 vs 삼성, 뇌물죄 확률 0.0001%

입력 2017-01-12 17:43 수정 2017-01-13 00:0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사슬에 함께 묶여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버티는 그를 타고 넘어 종착지인 대통령에게 다가가려 한다. “10000% 돼 있다.” 제3자 뇌물 혐의 입증 정도를 묻는 질문에 특검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반면 삼성은 “법률상 뇌물 성립 가능성이 0.0001%”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확신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특검은 12일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오전 9시26분 서울 강남구 특검 조사실로 출석하면서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검은 뇌물공여 혐의 입증이 끝났다고 판단한 시점에 그를 불렀다. 이 부회장 조사는 제3자 뇌물죄 구성 요건인 ‘부정한 청탁’을 실토받으려는 게 아니라 명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당사자 소명을 듣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직접 조사해야 할 단계까지 수사가 진척된 것”이라며 “사건 구조상 뇌물공여 피의자로 소환할 수밖에 없다. 직권남용의 피해자로 부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검팀은 대통령과 재벌 총수라는 특별한 관계를 주목한다.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힘을 가진 대통령과 다방면의 사업을 하는 재벌 오너 사이에는 직접적 직무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몇 차례 독대를 했고, 연결선상에서 정부의 조직적 삼성 지원과 삼성의 최순실씨 지원이 맞물렸다면 대가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는 논리다. 특검팀 한 간부는 “정상 대 정상이 만나 특정 현안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했고 이후 돈이 움직였다”며 “이 관계가 모든 걸 말해준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사 초기부터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초점을 맞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청와대의 노골적 지원 배경을 밝히는 작업을 벌여 왔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은 뒷거래의 수혜자이자 최씨 일가 지원의 최종 결정권자라는 게 특검 판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씨 측에 보낸 94억원 외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도 뇌물 범주에 넣으려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권력자의 직접적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피해자 프레임’ 전략이다. 삼성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철저한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뇌물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특검이 뇌물죄 외길 방침을 확고히 하는 이상 이 부회장이 법정에 서는 일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뇌물공여 적용은 상수이고, 구속 수사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는 셈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 진술을 분석하고 다른 임원들도 추가로 수사한 뒤 다음주 중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결국 “나도 피해자”라는 이 부회장 항변의 결과는 향후 재판을 통해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