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리인 측 의견 제시, 오래 미뤄 재판부 판단 곤란”

입력 2017-01-12 21:43 수정 2017-01-13 00:27
12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헌재 재판관들이 피청구인(대통령) 측 대리인에게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피청구인 측이 탄핵심판의 기본 절차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서 각종 신청으로 심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압수수색 영장을 확인해 달라”며 제기한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재판관은 “안 전 수석의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부터 밝히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 측은 “압수수색영장 내용과 실제 압수 내역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강 재판관은 “선후(先後)가 바뀌었다. 의견 제시를 굉장히 오래 미루고 있어 재판부가 판단이 곤란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증인신문에서도 재판관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이 행정관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청와대 출입 여부에 답변을 거부하자 강 재판관은 “이 행정관 본인이나 본인 가족에 관련된 일이냐”고 확인한 뒤 “최씨 출입 내용은 법률에 규정된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 증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대통령경호법 제9조에 규정된 비밀엄수 조항을 들며 증언을 재차 거부했다. 이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최씨 등의 청와대 출입 여부는 국익이나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 재판관은 “최순실 출입 여부가 왜 비밀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재판관들이 번갈아가며 이 행정관에게 증언을 촉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정미 재판관은 “신사동 의상실 직원의 청와대 출입 여부는 비밀도 아닌데 왜 답변을 못하느냐”고 꼬집고 “위증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