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潘측, 2년 반 전 뉴DJP연합 제안”

입력 2017-01-12 17:52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환영하는 시민들과 반 전 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회원들, 취재진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여 있다. 인천공항=윤성호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년 반 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 인사가 찾아와 ‘뉴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제안했고, 한 달 반 전쯤에도 국민의당 입당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과의 ‘동행’에 대한 여전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야권은 반 전 총장 입국에 “이념과 정책을 분명히 제시하라”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간 입장차는 선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던 시절부터 반 전 총장 측 인사들이 간헐적으로 찾아왔다”고 소개했다. 반 전 총장이 이미 2014년부터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었으며, 새누리당이 아니라 야당 합류를 타진해 왔다는 뜻이다.

그는 “(반 전 총장 측이) ‘새누리당에 안 가고 민주당에 오겠다. 와서 경선을 반드시 하겠다. 뉴DJP 연합을 하면 민주당 내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하더라”고 당시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반 전 총장 측이 “민주당이 영남 후보를 선출하면 영남에서도 표가 안 나오더라”고 평했다는 얘기도 소개했다. 반 전 총장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앞서는 비교 우위를 어필한 대목으로 읽힌다.

박 전 위원장은 이어 “반 전 총장 측은 자신들은 햇볕정책 신봉자이며, 유엔 총장 임기 마지막 해에 북한에 가서 김정은과 회담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반 전 총장이 임기 말에 북한에 가려는 것을 보고 ‘정말 플랜이 짜여 있었구나’ 짐작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들었던 2년 반 전 ‘로드맵’이 현실화된 만큼 지난해 말 국민의당에 보인 관심도 ‘현재진행형’이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국민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의원들은 반 전 총장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청하면서도 연대에 여지는 남겨뒀다. 이날 개최된 합동토론회에서 문병호 의원은 “비박 세력을 기반으로, 친박을 기반으로 정치할 때는 연대할 수 없지만 우리 당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는 것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반 전 총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본격적인 대립구도를 예고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선 출마는 정쟁에 뛰어들어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라 안타깝다. 정치권에 뛰어들고 민주당의 반대편에 서겠다면 상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활동하느라 수고하셨다. 세계적 평화의 지도자로 남아 존경받는 삶을 사시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냐”며 “들어오셔서 잠시 쉬시길 바란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 본인과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 전 총장이) 세계평화와 한반도를 위해 어떤 공헌을 했느냐. 영혼 없는 외교를 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고용진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국민은 대한민국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게 따라붙은 가족의 비리 의혹에 의문이 크다”며 “국민이 납득할 근거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