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11일(현지시간) 세계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리스크로 소득 불평등 심화와 사회 양극화를 지목한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 내용은 오는 17∼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WEF 연례포럼(다보스포럼)에서 핵심 테마로 논의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WEF는 각 분야 전문가 750명에게 30가지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평가를 의뢰한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어 11일 발표했다. 30개 사안 가운데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가 최대 리스크로 꼽혔다. 여기서 양극화는 사회의 성향이 극단적인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이 지지부진해 빈부격차가 확대된 것이 많은 사람의 불만을 키워 포퓰리즘의 발흥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도 극우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WEF 설립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저성장이 고착되는 가운데 높은 부채 수준과 인구구조 변화가 맞물려 재정적 위기와 불평등을 키우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의 혜택이 고르게 분배되지 못하면서 자본주의 경제모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주요 국가에서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중국은 5.6%에서 11.4%로, 영국은 6.7%에서 12.7%로, 미국은 10%에서 22%로 확대됐다.
WEF는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가 결합되면 글로벌 리스크가 증폭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사회적 결속을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국제사회의 결속은 이미 느슨해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형사재판소를 탈퇴한 것과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고려하는 것이 그 사례다. WEF는 이 밖에 기후변화와 비자발적 이민(난민) 증가, 대형 테러도 주요 글로벌 리스크로 꼽았다.
미국 CNBC방송은 트럼프의 등장과 브렉시트로 인해 기업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이번 포럼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기업은 트럼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의사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졌고, 유럽 기업은 브렉시트로 영국 소재 회사와의 파트너십이 불투명해졌다.
중국 리더십의 부상도 이번 포럼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이 모두 빠진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홀로 참석하기 때문이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존 스터드진스키 부회장은 “시 주석이 다보스포럼 개막식에 등장한다는 사실은 중국 스스로가 세계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향후 10년 최대 리스크는 불평등과 양극화”
입력 2017-01-1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