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국장 한쪽 벽면엔 ‘세계인이 반기는 인간 반기문 귀국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지자들은 반 전 총장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로 그를 맞았다.
반 전 총장은 A4용지 두 장 분량의 귀국 메시지를 읽었다. 국민 화합과 국가 통합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인사를 마치자 서강대생 이성주씨와 정현주 한국외대 모의 UN학회 사무총장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앞서 이도운 대변인과 박진 전 의원, 김봉현 전 호주대사 등 반 전 총장 측 실무준비팀은 일찌감치 공항에 나와 동선을 체크했다. 외교부에선 임성남 1차관이 나와 반 전 총장을 영접했다.
반 전 총장 귀국 직후 동선은 여러 번 변경됐다. 당초 인천공항에서 서울 사당동 자택까지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려다 승용차로 바뀌었고, 이날 오전 공항철도로 서울역에 들른 뒤 귀가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 대변인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을 우려해 승용차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며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곧바로 시민들과 만나는 게 더 의미 있겠다고 판단해 일정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떠한 특혜도 받지 않고 국민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겠다는 뜻을 실무팀에 전달했다고 한다. 입국장 위치와 귀국 메시지 발표 장소도 도착 직전 수정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서울역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국군장병 라운지와 정보센터, 기념품 매장 등을 둘러봤다. 반 전 총장이 들르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 예정됐던 20분을 훌쩍 넘겼다. 이어 승용차를 타고 자택으로 이동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 모임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최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전국대회를 연 ‘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반사모) 회원 300여명은 인천공항과 서울역으로 흩어져 환영 행사를 열었다. 반사모 관계자는 “전국에서 회원들이 집결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팬클럽인 반딧불이와 충추고 동문회도 플래카드를 들고 반 전 총장을 환영했다. 반면 반 전 총장을 비판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정치권에 기웃거려 추잡한 소리 들으려고 유엔 총장 10년 했나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입국장 옆에 서 있었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전까지는 민심 투어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치인들과의 접촉도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 반 전 총장은 13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과 사병 묘역을 참배하고 사당동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신고를 한다. 14일엔 고향인 충북 음성의 선영을 둘러보고 음성 꽃동네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충주에 있는 모친 신현순 여사 자택에서 하룻밤 묵고 15일 귀경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반기문 모습 보이자 지지자들 환호… 공항철도로 서울역까지
입력 2017-01-12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