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악마’로 불린 요제프 멩겔레(1911∼79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의사의 유골이 브라질 의대 실험실에 올랐다. 생전에 유대인을 상대로 잔혹한 생체실험을 벌인 나치 친위대 장교가 숨지고 37년 만에 거꾸로 실험대상이 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법의학과에서 멩겔레의 유골이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골은 다양한 목적으로 쓰인다. 수업을 담당하는 법의학과장 다니에우 호메루 무뇨스 교수는 “멩겔레 유골은 유골조사 방법을 가르치거나 역사문건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2차대전이 끝나고 수십 년간 도피 생활을 한 멩겔레는 비밀에 싸인 부분이 많다. 무뇨스는 유골에 남은 흔적이 멩겔레의 소재와 행적을 규명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보고 있다.
학생들이 의료인으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견해도 있다. 마리아 루이자 투시 카르네이로 역사학과 교수는 “과학을 넘어 역사와 윤리를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 등 의학계 중진들이 어떻게 지식을 악용해서 특정 인종을 열등인종으로 분류하고 학살까지 내몰았는지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멩겔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일 사람과 강제노역에 동원할 사람을 분류하는 일을 맡았다. 살아있는 수감자를 대상으로 잔인한 실험을 한 것으로도 악명 높다. 쌍둥이에 병균을 주입하거나 사지를 절단해 변화를 관찰하기도 했다. 전후 가명을 쓰며 숨어 지내다 남미로 도주했고 79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바다에서 익사했다. 말년엔 불안증 등 여러 정신병적인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월드 화제] 유골조사법 교재 된 ‘생체실험’ 나치 장교
입력 2017-01-12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