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출범을 계기로 한국교회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미래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교단들이 참여하는 한교총을 중심으로 중복과 비효율, 낭비, 정치적 왜곡 등을 타파해야 한다는 취지다.
중복된 고비용 정치구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유사점이 많다. 2012년 한기총정상화대책위원회로 시작된 한교연은 한기총 때의 구조를 비슷하게 가져왔다. 한기총에는 33개 상임위원회가, 한교연에는 21개 위원회가 있다. 이 중 19개 위원회가 겹친다. 같은 일을 두 기관이 중복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한기총은 선교 홍보 행정 총무 부서에 6명이 근무하고 한교연은 선교교육 기획홍보 사회문화 총무 부서에 5명이 근무한다. 심지어 양 기관은 같은 건물을 사용한다. 한교연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5층을, 한기총은 15층을 쓴다.
한기총은 전국교회로부터 매년 8억4300만원을, 한교연은 9억3700만원을 지원받는다. 한교총을 출범시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대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기독교한국침례회가 두 기관의 운영비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 교단의 지원이 없으면 사무실은 정상 운영이 어렵다.
유사점이 많은 한기총 한교연
두 기관이 주로 하는 일은 정·관계 인사 면담, 성명서·논평 발표 등인데 이것도 유사점이 많다. 성탄절이나 광복절 때 내놓는 성명서나 동성애 이슬람 문제 등에 대한 논평은 두 기관의 신학적 보수성 때문에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10월 동시에 내놓은 개헌지지 성명의 경우 정치적 색채가 사실상 같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축구·탁구대회 개최, 영화시사회 참여 등 친목수준의 모임을 갖는 것도 비슷하다.
회원교회 수가 300개 미만인 군소교단이 다수 포진된 것도 공통점이다. 한기총은 76개 회원 교단 중 57개(75%)가, 한교연은 38개 교단 중 27개(71%)가 군소교단이다.
예장통합 총회장과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박종순(서울 충신교회 원로) 목사는 “우주론적 교회 입장에서 볼 때 한국교회는 조그만 교회에 불과하다”면서 “이렇게 작은 교회에 연합기구가 많이 있어야할 이유가 무엇이냐.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면 사람의 생각이니 한교총 안으로 조직을 흡수시키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교회를 위해 기득권을 겸허하게 내려놓을 때가 됐다”면서 “마침 다락방이 한기총에서 탈퇴했으니 한교연은 한교총에 들어가 하나 되려는 노력을 적극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 역할 수행하는 연합기관 필요
전문가들은 종교인구 급감과 이단창궐, 사회분열 속 새로 출범한 한교총이 사회통합의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자기들끼리 힘자랑 하지 말고 성도들이 한국교회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공적 역할을 수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현욱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도 “이단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교회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한교총 같은 단일 기구를 통해 예방활동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한기총-한교연 중복 낭비구조 개편할 때” 목소리 커져
입력 2017-01-12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