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되면서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대를 이어 특검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이 부회장과 특검의 ‘악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등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하던 조준웅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했다.
이 회장이 검찰에 불려 나간 것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 당시 12명의 대기업 총수가 소환될 때가 처음이었다. 이후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등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도 이 회장은 검찰에 소환되지 않았다. 막강한 변호인단의 조력으로 소환을 피했다.
하지만 2008년에는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하면서 특검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조준웅 특검팀은 이 회장만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은 불기소 처분됐다. 제기된 의혹에서 이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다. 특검팀은 이 회장에 대해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발행하고 이 부회장에게 넘겨 에버랜드에 최소 96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와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은닉하고 1199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매매하면서 남긴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한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에 따른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2009년 말 당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특별 사면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8년10개월 만에 다시 특검에 불려 나갔다. 이번에는 2008년과는 상황이 달라 이 부회장이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영수 특검팀이 혐의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론적으로 구속 수사도 가능하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 삼성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가 오너가 검찰에 구속된 적은 없다. 특검은 이 부회장 조사 후 삼성 수뇌부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 부회장은 데뷔한 지 얼마 안 돼 사법처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기소가 될 경우 이 부회장 개인뿐만 아니라 삼성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 와병으로 지난 3년간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특검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주당 194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4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은 데다 올해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넘어야 할 중요한 고비는 산적해 있다. 당장 1월 중으로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을 발표해야 하고 갤럭시S8 출시 일정도 확정해야 한다. 하만 일부 주주가 반대하고 있는 하만 인수건도 원만하게 마무리해야 하고, 지주회사 분할 여부도 상반기 중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계획된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겠지만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의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대를 이어 특검수사 받는 삼성 총수 부자
입력 2017-01-13 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