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의 과징금 1조300억원 소송 방어 비용으로 최대 1억원밖에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론스타가 제기한 5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 400억원과 비교하면 400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인사혁신처는 삼성 출신 변호사를 공정위 송무담당관으로 추천하면서 오히려 퀄컴 소송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과징금 1조300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과징금 규모는 사상 최대였고, 퀄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세계 최초의 시정명령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퀄컴이 즉각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히면서 2라운드 법적공방이 기다리고 있다. 소송은 늦어도 다음 달 중 시작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확정된 의결서를 이달 내 퀄컴에 전달할 예정이며, 퀄컴은 의결서를 받으면 곧 서울고법에 항소할 예정이다.
소송을 통해 시정명령을 무력화하지 않으면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 퀄컴은 국내 유력 로펌은 물론 세계적으로 실력이 인정된 해외 로펌도 선임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퀄컴을 대리하고 있는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12일 “공정위의 논리는 허술한 면이 있다. 법원에 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소송 대응 작업에 착수했지만 퀄컴과 같은 물량공세를 펼치기엔 어려움이 있다. 공정위 송무 규정에 따르면 심급별 소송비용은 최대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통상 소송이 최소 3∼4년 진행되는 만큼 연간 3000만원도 안되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애플, 인텔 등 미국 기업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퀄컴의 대리인에 대응하는 미국 로펌을 선임해 방어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실제 정부는 ISD 소송에 대응하면서 상대방 대리인에 대응하는 해외 유명 로펌과 계약을 맺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백억원의 ISD 소송비용의 대부분은 해외 로펌 선임료”라며 “상대방과 같이 미국의 톱클래스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소송 진행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에 하나 소송결과 과징금 부과가 취소될 경우 1조원은 물론 그동안의 연체 이자까지 계산해서 돌려줘야 하는 심각한 국부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변호사만큼 실력이 천차만별인 직업이 없다”면서 “국제적 소송이 될 텐데 우물 안 개구리 전법으로 제대로 대응이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예산지원은커녕 오히려 소송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개방형 직위인 공정위 송무담당관에 삼성 출신 변호사를 1순위로 추천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퀄컴 소송은 우리 정부의 삼성, LG의 지원 여부가 쟁점이 될 텐데 소송을 담당하는 송무담당관에 삼성 출신을 앉히면 우리에게 이로울 게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기획] 퀄컴 1조 소송전 벼르는데… 공정위 실탄은 고작 1억
입력 2017-01-1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