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인기스포츠 프로야구가 내달부터 시작되는 전지훈련을 통해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편다. 각 구단은 모두 비 시즌 기간 팀의 전력을 극대화 해 올해 대권을 노리고 있다. 이에 국민일보는 10개 구단 감독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 구상과 전지훈련 목표 등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말보다는 성적으로 3연패를 이루겠습니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50) 감독은 유쾌한 사람이다. 또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한 상남자 스타일이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두산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원칙을 강조하고 공과 사를 분명히 하면서 선수들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운동장에서 선수가 웃어선 안된다”는 등 김 감독이 불어넣은 원칙주의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진정한 동력이 아닌가 싶다.
2015년 처음 사령탑을 맡은 초보 감독임에도 2년 연속 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어떻게 냈냐고 물어봤다. 그는 한사코 구단과 선수들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2015년에는 구단에서 장원준을 자유계약선수(FA)로 잡아줬다. 당시 더스틴 니퍼트도 부상으로 빠졌고 유네스키 마야도 좋지 못해 퇴출됐다. 결국 장원준과 유희관 두 명으로 정규리그를 버텼다”고 했다. 지난해 21년 만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도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 등 ‘판타스틱4’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니퍼트와 보우덴 두 명이서 40승을 해줬다. 감독으로 있는 내 생애에 또 이런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흡족해 했다.
그래도 김 감독이 팀을 맡기 직전 시즌, 두산은 6위에 그쳤다. 김 감독이 오고 나서 곧바로 강팀이 됐다. “그래도 감독이 무슨 일은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내가 잘했다고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하냐”고 껄껄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나는 기본과 원칙을 지켰다”고 했다. 김 감독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엄하게 꾸짖었다”고 했다. 실제 평소 농담을 잘하기로 유명한 김 감독은 경기 후 더그아웃에선 거의 웃지 않는다. 그리고 허슬 플레이를 강조한다. 실제 2015년 5월 29일 잠실 한화전에선 경기 중 김재호를 불러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내야 땅볼을 친 뒤 전력질주하지 않고 설렁설렁 뛰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시즌 내내 경기에 나와 피곤하더라도 체력 관리는 코칭스태프의 몫이다”며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게 나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원칙 중의 하나가 ‘공과 사를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평소 때는 감독과 농담도 하면서 친근하게 지낼 수 있지만 경기장에선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훈련은 사적 영역으로 항상 웃으면서 하자고 한다. 그래야 기량이 늘어난다”면서도 “운동장에선 웃으면 안된다. 사력을 다해야 하는 게 선수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내년 시즌 구상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2년 연속 우승을 했으니 올해 목표도 당연히 우승이다. 부상 선수 없이 한 시즌을 보내면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내년 선발 라인업에 대해선 기존 ‘판타스틱4’ 외에 탄탄한 5, 6선발까지 생각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안규영과 고원준, 이현호 외에 신인 두 세 명 정도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신인 중에선 이영하와 김명신 박치국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펜 불안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내가 감독이 되면서 주변에서 항상 불펜이 문제라고 했다. 그런데 우승했다”며 “그런데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다른 팀에 비해 우리 불펜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또 많은 불펜 기대주들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올해는 홍상삼이 좀 더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또 김강률과 함덕주를 포함해 세 선수가 자기 몫만 해준다면 팀의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두산과 우승을 놓고 다툴 경쟁팀에 대해선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를 꼽았다. “LG는 차우찬을 영입해 선발 4명이 완성됐다. KIA도 이번에 FA로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NC도 에릭 테임즈가 빠졌지만 지난해와 비슷하게 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우승에 대한 확신은 컸다. 김 감독은 “우리는 선수 보강이 안됐지만 (지난해와) 그대로 간다면 충분히 3연패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역시 상남자 다운 답이 돌아왔다. 그는 “말이 필요 없다. 성적으로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를 말한다-<1> 두산 김태형 감독] “허슬플레이 강화… 3연패 반드시 이룰 것”
입력 2017-01-13 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