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서 후발주자들의 치열한 ‘빈틈 찾기’가 시작됐다. 100% 완전국민경선으로 치러진 2012년 룰을 준용해도, 권리당원 투표에 가중치를 둬도 문재인 전 대표가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도부의 편파성을 이유로 첫 회의에 불참하는 등 벌써부터 파행 조짐도 감지된다.
문 전 대표는 경선 룰과 관련해 당이 정하는 모든 룰을 수용하겠다며 백지위임한 상태다. 대선을 앞두고 경선 룰과 관련한 ‘패권주의’ 논란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당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당내 경선에서 벌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미 1위를 굳게 지키고 있어 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돼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또 당대표 시절 ‘10만 온라인 당원’이 가입한 덕분에 권리당원 투표에 가중치를 부여해도 불리하지 않다. 온라인 당원의 위력은 지난해 8·27전당대회에서 ‘친문(친문재인)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입증됐다.
‘문재인 대세론’이 이어지자 박 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 후발주자들은 숨어 있는 빈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박 시장은 12일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범야권 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촛불공동경선’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촛불집회가 열렸던 전국 각지에 수만 개의 투표소를 설치해 누구나 자유롭게 후보 선출에 참여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당내 기반이 확고한 문 전 대표를 민주당 주도 경선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판단하에 던진 승부수다.
박 시장과 이 시장은 완전국민경선제에 배심원단 평가제도 들고 나왔다. 전국적 인지도를 구축한 문 전 대표를 완전국민경선제나 대의원·권리당원 투표로는 이길 수 없고, 현장토론회에서는 문 전 대표보다 강점이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그러나 배심원단 평가제는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적용해 본 적이 없는 제도라 채택 여부는 불투명하다. 후발주자들은 선거인단의 모바일(온라인·ARS) 참여 비율을 ‘상식 수준’으로 제한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도 시작됐다. 박 시장 측은 전날 당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 회의에 대리인을 보내지 않았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민주연구원의 편향된 보고서도 처리 못하는 당 지도부를 어떻게 신뢰하느냐”고 성토했다. 탈당 명분을 쌓기 위한 행동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박 시장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시장의 한 측근도 “문 전 대표가 백지위임하겠다지만, 지도부가 사실상 문 전 대표 편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일부 대의원·권리당원들은 당원들의 경선 참여를 보장하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권리당원의 (경선) 참여비율 보장’ ‘무리한 룰 요구 후보·캠프 경고’ ‘당원의 문자·SNS 의견 개진 보장’ 등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최승욱 백상진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골리앗’ 틈새 없나… 야권 ‘촛불공동경선론’ 등장
입력 2017-01-13 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