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말싸움으로 얼룩진 트럼프 첫 기자회견

입력 2017-01-12 18:09 수정 2017-01-13 00: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를 살리기 위해 몇 주 안에 기업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대부분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해킹 논란에 집중됐고, 트럼프의 변태행위 동영상 관련 보도로 트럼프와 CNN방송 기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트럼프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해킹한 배후”라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돌아오고 있다”며 “중서부 지역에 기업들이 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이 몇 주 안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가 멕시코에 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포기하고 미시간의 기존 시설을 확장하기로 했는데, GM도 곧 따라할 것”이라며 “많은 산업이 돌아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는 대선 해킹과 관련해선 “해킹의 배후는 러시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에 해킹 시도를 하는 것은 러시아 한 나라만이 아니다”며 “취임하면 90일 이내에 어떤 해킹도 방어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회견장에서 러시아가 자신의 음란 행위를 담은 동영상을 갖고 있다는 정보보고 문건을 보도한 CNN 소속 기자의 질문을 외면하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는 여러 차례 손을 들고 질문했으나 트럼프는 화난 목소리로 “당신에게 질문할 권리를 주지 않겠다”며 “CNN은 가짜 뉴스”라고 묵살했다. 그러자 아코스타는 “당선인은 지금 언론 매체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우리한테도 질문할 권리를 달라”고 20초 정도 큰 목소리로 계속 따졌다.

트럼프는 정보보고 문건을 공개한 온라인매체 버즈피드도 “쓰레기”라고 비난한 뒤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CNN은 성명을 내고 “가짜 뉴스라는 주장의 근거를 대라”며 “트럼프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정보보고 문건을 지난주에 보고받은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CNN은 “정보보고 문건 35쪽 중 개요인 2쪽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없어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의 모든 기업 자산을 독립적 신탁에 맡기고, 트럼프그룹을 두 아들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또 “외국 정부가 트럼프 호텔에 지불해서 발생하는 이익은 미국 정부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폐기하는 동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멕시코 국경 장벽도 멕시코 정부의 비용으로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멕시코 정부와 비용 협상을 끝내기까지 1년 반 정도 기다릴 수 있지만 장벽 건설은 곧바로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