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中, 유엔 對北제재 불이행 땐 세컨더리 보이콧 검토”

입력 2017-01-12 18:04 수정 2017-01-13 00:20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발언을 하다 양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그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AP뉴시스

렉스 틸러슨(64)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11일(현지시간) “중국이 북한 핵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며 “더 이상 중국의 빈 약속(empty promise)을 수용할 수 없다”고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틸러슨은 특히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을 돕는 제3국 기업 제재)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틸러슨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은 비핵화에 관한 국제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틸러슨은 북한을 이란과 더불어 ‘중대한 위협’이라며 적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통제하는 문제에 있어서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말해 중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틸러슨은 다만 “중국과 미국의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중국과 긍정적 차원의 관계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은 또 “미국의 동맹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해 한국 등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를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동맹이 그들이 한 약속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모른 척할 순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해 대선 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한국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거론하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정당한 몫을 내지 않으면 미군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다.

틸러슨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틸러슨은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 우정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 논란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에 위험한 존재이며 미국의 이익에 반대되게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또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자신에게 쏠린 ‘친러 성향’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다만 “러시아가 위험하지만 예측불가능하지는 않다”며 “러시아와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틸러슨은 일부 사안에 있어선 트럼프와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가 취임하면 폐기하겠다고 밝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해 “나는 TPP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현재까지 협상된 내용이 미국에 최선인지에 대해선 트럼프 당선인과 일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핵 능력 강화 필요성을 제기한 트럼프와 달리 “지구상의 누구도 더 많은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고 했고, 멕시코에 대해서도 “우리의 오랜 친구들이어서 하나의 표현으로 그들을 규정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