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수석실, 윗선의 충실한 ‘꼭두각시’

입력 2017-01-12 18:04
2014년 세월호 참사 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은 ‘윗선’으로부터 두 개의 리스트를 받았다. 하나는 블랙리스트로 알려진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 다른 하나는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 사람들로 구성된 미르재단 조직도 명단, 이른바 ‘순실리스트’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과 최씨 국정농단 사태에서 교문수석실의 이름은 자주 등장한다. 교문수석실은 블랙리스트 관리·전달 의혹을 받고 있고,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특히 교문수석실 소속 문화체육비서관실은 윗선의 꼭두각시 역할을 충실히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는 2014년 6월 초 김소영 당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이 조현재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처음 전달했다. 그는 조 전 차관에게 명단을 건네며 “정무수석실에서 만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4개월여 뒤 김 전 비서관은 청와대 경제수석실로부터 미르재단 조직도 명단을 받았다. 김형수 이사장 등 최씨 측근 차은택(48·구속 기소)씨의 지인들로 이뤄진 명단이었다. 당시 김 전 비서관은 경제수석실 소속 경제금융비서관실과 함께 미르재단 설립을 서두르고 있었을 때였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문체부 등과 명단을 공유, 서류 작업 등을 지시했다. 미르재단은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만들어졌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2쪽 분량이었던 블랙리스트는 업데이트돼 1만명까지 늘어났다. 순실리스트에도 재단 인사만 아니라 정부 요직 인사까지 포함됐다. 교문수석 자리에 차씨 외삼촌 김상률 전 수석이, 문체부 장관에 차씨 대학 은사인 김종덕 전 장관이 임명됐다. 이들은 다시 블랙리스트 관리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최씨와는 별개의 이슈로 보였던 블랙리스트에도 최씨의 흔적이 계속해서 나타난 이유다. 교문수석 시절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는 생긴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미르재단의 프랑스 사업을 직접 챙겼다.

특검팀은 12일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관여 혐의(직권남용 등)로 김 전 장관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김 전 수석은 법원에서 실질적 관여 정도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윗선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다음주 정도 소환할 계획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