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얼굴없는 천사’ 7년째 쌀 기부

입력 2017-01-12 21:12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쌀을 실은 트럭이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2동주민센터에 도착하자 김영배 성북구청장과 주민들이 함께 쌀을 나르고 있다. 성북구 제공

“쌀 300포대가 올해도 또 왔네요.”

12일 오전 7시 서울 성북구 월곡2동주민센터에 20㎏들이 쌀 300포대가 실린 트럭이 도착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온 것이다. 이 천사는 2011년부터 7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달라며 쌀을 보내오고 있다. 올해까지 2100포대, 1억원 상당을 기부했다.

현병구 월곡2동장은 “매년 설을 앞두고 기부자의 부탁이라며 언제 쌀을 가져가겠다는 전화연락이 온다”며 “신분이 밝혀지는 걸 꺼려하는 기부자의 마음을 존중해 우리도 고맙게 받을 뿐 굳이 누구인지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예고된 시간에 센터 앞에서 기다리다 트럭이 도착하면 쌀을 나르는 진풍경이 매년 펼쳐지고 있다. 구경을 나온 일부 주민이 쌀 나르는 것을 거들기도 한다. 쌀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 틈새가정 등에 전달된다.

쌀을 전달받게 된 한 기초수급자는 “천사 덕분에 매년 명절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어 고맙다”며 “천사가 보낸 쌀을 받아서인지 작은 것 하나라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저소득층은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도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많다”며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천사의 나눔 바이러스가 불우 이웃들에게 정서적 지지감을 주고 도움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