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분류한 회삿돈을 빼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실제 설립·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는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 안종범씨 등의 국정농단 사건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검찰이 법정에서 제시한 현대차 내부 품의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배정한 출연금을 내기 위해 연말성금 소외이웃돕기 항목에서 9억3000만원을 내부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쓸 돈을 빼서 K스포츠재단에 냈다는 의미”라며 “당시 현대차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업이라 추가 예산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자발적 출연이라는 명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2003년부터 14년간 총 2090억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지난해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50억원을 내놨다.
그러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을 통해 재단 출연을 강요하고, VIP(박근혜 대통령) 관심사라는 압박을 받자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이웃돕기 성금에 손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말에 내기로 한 계획된 금액이 아니라 회계상 ‘소외 이웃돕기’ 계정으로 상시 분류된 금액 중 일부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현대차를 비롯해 전경련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탈퇴 의사를 묻는 공개질의를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현대차, 이웃돕기 성금으로 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
입력 2017-01-11 21:32 수정 2017-01-12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