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틀 전에 재판 결과를 언급한 정황이 담긴 ‘김영한 비망록’에 대해 헌재가 “청와대가 추론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체 조사한 결과 사전 유출은 없었다는 것이다.
헌재는 11일 “통진당 해산 사건 당시 철저한 보안유지를 위해 재판관들의 사전 합의에 따라 선고 당일 최종 표결을 했다”고 밝혔다. 선고가 있었던 2014년 12월 19일 오전 9시30분 재판관 9인이 서열이 낮은 순서부터 정당해산 여부 의견을 밝혔고, 10분 뒤 결정문에 서명을 완료해 오전 10시5분 선고를 시작했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당시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은 두 가지 상반된 결론으로 이뤄진 결정문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보면 김 전 실장은 선고 이틀 전인 2014년 12월 17일 ‘정당 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이라 발언했다. ‘지역구 의원 상실 이견-소장 의견 조율 중(今日·금일). 조정 끝나면 19일, 22일 초반’이라는 문구도 담겨 있었다. 재판관들 틈에 이견이 있어 박한철 헌재소장이 조율 중이며, 이르면 12월 19일 선고가 이뤄진다는 의미로 읽혔다.
헌재가 실제로 12월 19일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것과 맞물려 청와대에 재판관들의 논의 사항이 전달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헌재는 지난달부터 경위조사위원회를 꾸려 4차례 회의를 열고 개별 재판관을 면담하고 통화내역, 방문일지 등을 조사했다.
헌재는 “메모는 구체적 근거라기보다는 청와대 비서실이 수집한 각종 정보의 추론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통화기록의 경우 사건으로부터 2년을 넘은 상황이라 통신사로부터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청와대 이외 국가기관 관계자들과의 접촉 사실이 조사되지도 않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통진당 해산결론 사전유출 없었다… ‘김영한 비망록’은 靑이 추론한 것”
입력 2017-01-11 21:33 수정 2017-01-12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