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차를 팔면서 배출가스 조작부터 각종 인증서류 변조, 정부의 인증심사 방해, 미인증 자동차 수입 등 수년간 불법을 저질러 온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본사는 소프트웨어 조작을 숨기고 정부에 거짓 해명을 하도록 한국 지사를 종용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전·현직 사장 등 8명과 AVK 법인을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독일 국적의 요하네스 타머 AVK 총괄사장,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및 차량 인증담당 임원, 실무자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특히 독일 본사 전략프로젝트 책임자로 있는 트레버 힐(55) 전 AVK 총괄사장을 법정 최고형인 벌금 1억원에 약식 기소했다. 폭스바겐의 이른바 ‘디젤 게이트’와 관련해 본사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는 한국 검찰이 처음이라고 한다.
검찰은 지난 1월 환경부 고발 이래 11개월간 수사를 벌여 유럽보다 먼저 ‘유로5’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형사책임을 규명했다.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 적용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기준 위반 사실도 밝혀냈다.
AVK는 2008∼2015년 배출가스가 조작된 유로5 기준 폭스바겐·아우디 경유차 15종, 약 12만대를 국내에 수입·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통제하는 전자제어장치(ECU)에 ‘이중 소프트웨어’를 달아 실내 시험 시에만 배출기준을 만족하도록 눈속임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5년 7월부터 6개월간 수입 통관한 유로6 적용 600여대도 배출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AVK 측이 배출기준 위반을 명확히 알면서도 수입한 102대에 대해서만 혐의를 적용했다.
배기관 누설 등 결함이 발견된 2016년식 폭스바겐 골프 1.6과 아우디A1 1.6, A3 1.6 차량 956대는 압수했다가 국외반출 조치를 했다. 이 차량들은 경기도 평택의 아우디폭스바겐 PDI(차량 출고 전 검사) 센터에 압수물 봉인 딱지를 붙인 채 보관돼 있다가 독일로 다시 실려 가게 됐다.
AVK가 4년 이상 149건의 배출가스·연비 등 시험서류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자동차 환경인증 관련 시험서류 조작 행위가 적발된 건 처음이다. 이에 한국닛산과 포르쉐코리아도 최근 시험성적서 조작 사실을 검찰에 자진 신고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의 국가 인증제도와 소비자를 무시하고 백화점식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배출가스 조작’ 韓폭스바겐 사장 등 8명 기소
입력 2017-01-11 17:59 수정 2017-01-11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