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몰디브와 안도라 경기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48개국으로 늘리기로 결정하자 각 대륙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축구 강호들이 몰려 있는 유럽은 “선수들이 혹사당하고 대회 수준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반면 축구 약소국들이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본선 진출의 길이 넓어졌다”며 기뻐하고 있다.
처음부터 본선 진출국 확대 방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해 온 유럽에선 FIFA의 결정 직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 축구 클럽 연합체인 유럽클럽협회(ECA)은 11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FIFA의 이번 결정은 스포츠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닌 전적으로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맨유, 아스날,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명문구단들도 조만간 비난 성명을 낼 예정이다.
유럽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성토했다. “차라리 32강으로 압축될 때까지 전 세계 국가들이 예선전을 벌여라”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월드컵을 쓰레기 대회로 만들어 버렸다” 등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누가 (진출국이 늘어난 뒤 열릴 수 있는)몰디브와 안도라 경기에 관심을 갖겠는가” 등 FIFA를 꼬집는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이날 “48개국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늘린 FIFA 평의회 결정을 환영한다”며 “가장 많은 인구를 지닌 아시아 대륙은 세계 축구의 미래다. 아시아에 본선 참가 티켓이 대폭 늘어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러나 한국이 본선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지만 본선에서 16강 이상 진출이 더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중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이 생겼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국은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스타들과 명장들을 대거 영입해 ‘축구굴기’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표팀 성적은 신통치 않다.
한편 FIFA는 다음 달부터 대륙별 추가 티켓 배분 논의에 착수해 5월까지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2014년 각각 5개국과 4개국이 본선에 진출한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2026년부터는 각각 9장까지 가져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유럽이 13장에서 16장으로 늘어나고, 남미와 북중미는 합쳐서 13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월드컵 본선 48개국 출전… 亞·阿 “환영” 유럽 “우려”
입력 2017-01-11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