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두부터 무역전쟁 ‘포성’] 美, 이번엔 삼성·LG 세탁기에 반덤핑관세

입력 2017-01-11 17:51 수정 2017-01-11 17:52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관세 부과 결정이 내려졌다. 삼성전자는 52.5%, LG전자는 32.1%로 작지 않은 규모다. 다만 이들 업체는 미국 수출 물량의 생산기지를 동남아 등으로 이미 옮겨 당장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를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월풀 등 미국 가전업체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앞서 월풀은 2015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덤핑 판매를 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ITC는 오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발표 시점부터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월풀의 제프 페티그 회장은 “이번 결정은 미국 제조업을 위한 만족스러운 승리”라며 “특히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에서 세탁기를 제조하는 공장 직원 3000여명이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로 인한 피해는 미미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세탁기의 미국 수출 물량을 중국이 아닌 동남아 등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가전제품은 중국 내수시장이나 일부 유럽 지역에 공급된다.

다만 이들 업체는 ITC의 결정이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판정은 시장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삼성전자는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통해 소비자 가치를 제고해 왔다”고 반발했다. LG전자도 “매우 유감”이라며 “미국 내 산업에 끼친 피해가 없다는 것을 계속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미국이 당분간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과 LG는 미국에 가전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내 생산공장에 대해 “올 상반기 중에는 어떻게 할지 정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